코스피지수가 1% 이상 떨어지며 전날 넉달 만에 돌파했던 2220선을 하루 만에 내줬다. 유가증권시장에서 6거래일 연속 ‘팔자’ 기조를 이어간 외국인과 나흘 만에 순매도로 돌아선 기관이 갈 길 바쁜 지수의 발목을 잡았다. 출회 물량이 대형주에 집중되면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 상당수가 부진했다. 특히 전기·전자 업종이 크게 흔들렸다.

15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34%(29.76포인트) 떨어진 2196.09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802억원, 432억원 순매도했다. 개인은 1979억원어치를 샀다. 이중 외국인은 이달 8일부터 6거래일째 유가증권시장을 떠나고 있다. 그 전까지는 8거래일 연속 순매수 흐름을 유지했었다.

코스닥지수는 전장 대비 0.49%(3.61포인트) 하락한 738.66에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닥시장에서도 각각 49억원, 1068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개인만 1183억원 순매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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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국 주식시장은 출발할 때부터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14일(현지 시간) 국가비상사태 선포 우려에 혼조세로 마감한 미국 증시의 영향을 받는 듯했다. 예상치를 하회한 미국의 소비판매지표도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심리를 부추겼다.

업종 중에서는 전기·전자의 하락세가 눈에 띄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간밤에 미 증시에서 반도체 업종이 강세를 보였는데, 이는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를 대량 구매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입은 결과"라며 "반대로 한국 증시에서는 관련 종목들이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는 각각 3.05%, 4.65% 떨어진 채 하루를 끝냈다. 두 종목 하락의 영향이 코스피지수 낙폭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삼성전기(009150), LG이노텍(011070), 일진머티리얼즈, 삼성SDI(006400), LG디스플레이(034220)등도 투자자를 실망시켰다.

중국 경기에 대한 위기감이 커진 것도 국내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김지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단이 주요 사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중국 증시도 물가지표 부진에 약세를 보였다"면서 "각종 악재가 불거지면서 아시아 증시가 전반적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옵션만기일이던 전날 코스피지수가 동시호가에 급등세(15포인트)를 보인 점도 매물 출회의 배경이 됐다. 김 연구원은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130원선에 가까워진 점도 외국인의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업종 중에서는 전기·전자 외에도 증권, 보험, 통신, 운수창고, 철강금속, 음식료품, 전기가스, 의약품, 건설 등 대부분 업종이 약세를 나타냈다. 섬유의복만 강세를 보였다. 시총 상위 종목들도 상당수가 떨어졌다. 삼성물산(028260), 현대모비스(012330), 신한지주(055550), SK텔레콤(017670)등은 1% 이상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최근 글로벌 증시가 뚜렷한 상승동력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미·중 무역협상 전개 과정에 따라 등락을 반복한다고 진단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는 17일 미국 상무부가 수입자동차 관세 보고서를 제출한다"며 "미·중 무역협상 결과의 불확실성, 자동차 관세 부과 가능성 등은 그간 무역협상 기대감을 바탕으로 상승한 증시에 부담 요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