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보다 뇌 신경세포 개수가 10만분의 1밖에 안 되는 꿀벌이 더하기와 빼기를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리 능력에 큰 뇌가 없어도 된다는 의미여서 향후 인공지능(AI) 개발 속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호주 왕립멜버른공대(RMIT)의 애드리안 다이어 교수 연구진은 지난 6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꿀벌 14마리에게 더하기와 빼기 훈련을 시켜 72%까지 정답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Y자 모양의 방을 만들어 꿀벌에게 산수를 가르쳤다. 입구에는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칠한 사각형과 원, 삼각형 등 도형을 보여줬다. 파란색은 하나 더하기, 노란색은 하나 빼기를 의미했다. 즉 입구에 파란색 도형 3개가 있으면 정답은 도형 4개이고, 노란색 도형 3개라면 답이 노란색 도형 2개가 된다. 벌은 꿀이 있는 꽃을 식별할 수 있도록 색감이 발달했다.

입구를 지나면 두 개의 방이 나온다. 한쪽은 정답을 보여주는 도형을, 다른 쪽은 오답 도형을 보여줬다. 꿀벌이 정답을 택하면 설탕물을 보상으로 주고, 오답을 고르면 벌로 쓴맛이 나는 물을 줬다. 연구진은 7시간에 걸쳐 꿀벌에게 100번의 선택 훈련을 시켰다. 이후 덧셈 두 번, 뺄셈 두 번을 시험했더니 64~72%의 정답률을 보였다. 만약 무작위로 선택했다면 정답률은 50% 언저리여야 했다.

산수를 하려면 덧셈과 뺄셈 원리를 장기 기억하면서 그때그때 제시되는 숫자를 법칙에 맞게 조작하는 단기 기억력까지 필요하다. 이 점에서 침팬지와 앵무새에서 산수 능력이 관찰된 적이 있지만 다른 동물은 힘들다고 봤다. 다이어 교수는 "수리 인지력은 지금까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동물에서 발달할 수 있다"며 "인간의 뇌보다 훨씬 작은 꿀벌 뇌를 모방하면 인공지능을 훨씬 쉽게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은 뇌 신경세포가 1000억개, 쥐는 7500만개, 꿀벌은 약 100만개를 갖고 있다.

꿀벌의 수리 능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다이어 교수 연구진은 꿀벌이 '0'의 개념도 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