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 업체 넷마블은 지난 4분기에 매출 4871억원과 영업이익 380억원을 기록했다고 13일 밝혔다. 1년 전보다 매출이 20.9% 줄었고, 영업이익은 반 토막(59% 감소) 났다. '어닝 쇼크(실적이 전망보다 낮은 것)'였다. 국내 최대 게임 업체인 넥슨도 마찬가지였다. 넥슨은 12일 발표한 4분기 실적에서 매출은 전년보다 13% 줄어든 4594억원, 영업이익은 67% 줄어든 389억원을 기록했다. 엔씨소프트도 같은 기간에 영업이익이 40% 감소한 성적표를 내놨다.

게임업체 넥슨의 대표게임인 던전앤파이터의 캐릭터 모습.

국내 게임 산업을 대표하는 '빅3'인 넷마블·넥슨·엔씨소프트가 줄줄이 실적이 꺾이면서 게임 산업이 불황 터널에 진입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게임 산업은 최근 3~4년간 중국·미국·동남아시아에서 승승장구하며 연간 5조원 규모의 수출을 내는 국내 주력 콘텐츠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빅3는 매년 두 자릿수 매출 성장으로 이런 게임 산업의 질주를 이끌었다. 하지만 작년부터 신작 출시 건수가 급감하는 데다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에서는 규제를 강화한 탓에 시장 확대에 고전하면서 급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한 게임 업체 관계자는 "올해에 침체되는 현 상황을 뒤집을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국내 게임 산업의 경쟁력이 추락해 장기적 성장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업이익 반 토막 난 국내 대표 게임 3사

넷마블의 실적 악화는 게임 업계에서는 충격적 상황으로 받아들여진다. 넷마블은 2010년대 초만 해도 매출 2000억원대 중견 개발 업체였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 개발에 진력하면서 2017년에는 매출 2조4000억원대의 대형 게임 업체로 급성장했다. 업계에서는 넷마블이 여세를 몰아, 3조원까지 돌파하면서 국내 첫 글로벌 톱10 게임 업체로 올라설 것이란 장밋빛 기대감에 부풀기도 했다. 하지만 넷마블의 작년 연간 매출은 겨우 2조원에 턱걸이한 2조213억원이었다. 전년보다 7.4%가 줄어든 것이다.

넥슨은 다소 나은 성적표이긴 하지만 침체 우려가 나오는 것은 마찬가지다. 넥슨은 지난해 매출 2조5296억원에 영업이익 980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이 8% 늘었다. 하지만 2017년에 전년 대비 28%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주춤한 상황이다. 분기별로 나눠보면 1분기에는 전년보다 월등하게 좋은 실적을 내다가 2분기에 전년 대비 감소하는 역(逆)성장을 기록했고 이후에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엔씨소프트도 작년에 전년보다 2% 줄어든 1조7151억원의 매출을 냈다. 엔씨 역시 작년 1·2분기는 좋다가 3분기 이후로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빅3의 부진은 흥행하는 신작의 부재 탓이 크다. 3사 모두 과거의 최고 히트작인 리니지2레볼루션(넷마블), 던전앤파이터·메이플스토리(넥슨), 리니지M(엔씨소프트)이 실적을 앞에서 끌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인기 신작을 내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새로운 장르 게임을 개척하기보다는 과거 인기 PC 온라인 게임을 모바일 게임으로 전환하는 전략에만 얽매이면서 다양한 게임 장르 포트폴리오를 갖지 못한 한계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올해 대형 신작 연이어 내놔… 반등 가능할까

게임 '빅3'는 올해 신작 게임을 내놓으며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넷마블은 'BTS월드',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엔씨소프트는 '리니지2M' 등 대작 게임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넷마블 관계자는 "BTS월드는 세계적 인기 아이돌인 방탄소년단의 캐릭터를 활용한 게임으로, 글로벌 흥행을 노린 모바일 게임"이라고 말했다. 넥슨 관계자는 "던전앤파이터모바일이 최고 인기 PC 온라인 게임인 던전앤파이터를 모바일로 만든 게임인 만큼 국내는 물론이고 중국 등 해외에서도 인기몰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돌파구는 중국 시장의 판호(신규 게임 출시 허가증) 정책에도 달렸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청소년 시력 보호를 명목으로 판호 발급을 전면 중단하는 규제안을 시행했다. 국내 업체로서는 중국 시장 진입 자체가 차단됐고 종전에 판호를 가진 게임만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올해 들어 자국 업체의 판호를 재개하고 있다. 넷마블 측은 실적 발표 자리에서 "중국이 조만간 외자 판호도 개방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