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승부수를 계속 던지고 있다. 국내 최대 케이블TV업체인 CJ헬로 인수를 결정한 데다가, 경쟁사인 SK텔레콤·KT가 불리한 수익 배분 조건 때문에 손을 잡지 않은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업체 넷플릭스와도 제휴 관계를 맺었다. 미·중 무역 전쟁에서 보안 논란이 불거진 중국 화웨이의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도 그대로 도입해 기지국 구축에 활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구도를 깨고 통신업계 3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리스크(risk·위험도)를 감수하고 공격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CJ헬로 인수로 시장구도 재편…말바꾸기 논란도

LG유플러스는 14일 이사회 의결을 거쳐 CJ헬로 인수를 공식 발표한 뒤 CJ헬로의 최대 주주(53.92%)인 CJ ENM으로부터 주식을 인수하는 절차에 착수한다. 업계에선 인수가를 8000억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TV를 보유한 LG유플러스는 그동안 유료방송 시장에서 위성방송과 인터넷TV를 다 갖고 있는 KT는 물론이고, SK브로드밴드(SK텔레콤의 인터넷TV 자회사), CJ헬로에도 밀린 4위였다. 하지만 이번 인수로 유료방송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을 딛고 KT 다음의 2위 사업자로 올라서게 된다. 시장 1위인 KT와 격차는 한 자릿수로, 양강 구도도 형성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이 과정에서 말바꾸기 논란도 감수했다. 지난 2015년 말 SK텔레콤이 "CJ헬로를 인수해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LG유플러스는 이를 강력 반대했다. 당시 LG유플러스는 KT와 손잡고 거의 모든 주요 일간지 1면에 'SK텔레콤은 나쁜 인수합병을 포기하라'는 광고를 두 차례 게재했을 뿐 아니라,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인수 저지 여론전에 적극 나섰다. "이동통신 1위인 SK텔레콤이 케이블TV를 인수하면 영향력 확대로 결국 유료방송 시장까지도 다 장악하게 된다"는 이유였다.

결국 2016년 8월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합병은 독과점을 우려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불허로 무산됐다. 그런데 이제 LG유플러스가 반대로 CJ헬로 인수에 나서는 상황이 된 것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그때는 이동통신 1위인 SK텔레콤이 인수에 나선 거지만, 지금 우리는 통신업계 3위 아니냐"라며 "전제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보안 논란 불거진 화웨이 5G 장비 계속 '고(GO)'

LG유플러스는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화웨이 5G 장비를 쓰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화웨이를 둘러싼 보안 이슈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계속 화웨이 장비를 5G 기지국 구축에 사용한다는 입장이다. 타사 장비보다 가격이 30~40% 싸고 기술력이 4~6개월 앞서, 더 많은 수량을 더 빨리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2월 현재 LG유플러스가 수도권을 비롯한 국내 주요 도시에 구축한 5G 기지국은 1만2000여 개로 경쟁사들을 훨씬 앞섰다. 통신업체로선 다음달 말부터 5G 스마트폰은 물론, 다양한 5G 서비스가 등장하는 만큼 기지국과 같은 인프라를 먼저 깔아놓는 게 가장 큰 경쟁력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보안 논란이 있긴 하지만, 해외에서도 그동안 화웨이 장비로 인한 실제 보안 사고가 보고된 적이 없다"며 "도입을 중단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1월부터 자사 인터넷TV에 넷플릭스의 동영상 콘텐츠를 도입하기도 했다. TV로 손쉽게 세계 최대 규모의 넷플릭스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해 유료방송 가입자를 늘리려는 것이다.

하지만 방송업계에선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제휴를 위해 매우 불리한 조건의 수익 배분 계약을 맺은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방송협회는 성명을 내고 "넷플릭스가 수익의 85~90%를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국내 콘텐츠 제작 재원으로 돌아가야 할 수익이 글로벌 기업에 독점된 것으로, 국내 미디어 산업 파괴의 시발점"이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