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에 진출했던 자동차 부품 전문 제조업체 대화연료펌프가 공단 폐쇄 3년 만에 부도 처리됐다. ‘히든챔피언(초우량 중소기업)’으로 꼽혔던 대화연료펌프가 부도 처리 되면서 개성공단 입주 기업 사이에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13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대화연료펌프는 은행권 대금상환기일을 넘기면서 지난 7일 당좌거래정지 명단에 등재됐다. 당좌거래정지는 부도 처리를 의미한다. 대화연료펌프는 2016년 2월 개성공단 전면 가동 이후 어려움을 겪다가 수억원대 자금을 결제하지 못하면서 부도에 이르게 됐다.

1988년 설립된 대화연료펌프는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업체 델파이, 보쉬, 콘티넨털, 페더럴 모걸, TI 등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하면서 2011년 정부로부터 ‘글로벌 강소기업’ 인정을 받았다. 입주기업 중에서는 유일하게 개성공단에 연구소를 두고 있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 125곳 중에서는 대화연료펌프와 마찬가지로 부도 위기에 내몰린 기업이 10여곳 더 있다. 정기섭 전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개성공단을 대표하던 기업(대화연료펌프)이 부도 처리됐다"며 "사실상 폐업이나 도산에 이르게 된 기업들도 상당히 많다"고 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정부가 남북 경협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북한에 투자한 기업에 관심이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유창근 개성공단재가동TF 단장은 "은행은 개성공단 진출기업에 대해 만기 연장을 해주지 않고 있고, 생산 동력을 잃어버린 기업들은 이자조차 못 내고 있다"며 "정부도 희망고문만 하면서 실태 조사 한 번 없었을 뿐 아니라 시설점검을 위한 방북을 가로막고 있다"고 했다.

개성공단 입주 자체가 처음부터 위험한 투자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성공단은 북한에 위치해 있을 뿐 아니라 국제 정치적 사안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 대응에 한계가 있는 만큼 기업도 일정 부분 투자 위험에 대한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판문점 선언의 영향과 보험산업의 과제’를 통해 "북한 투자가 확대될 경우 북한 투자와 관련된 투자위험(정치적 위험) 보장 방안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