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의 노동조합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인터넷 업계가 초긴장 상태에 빠졌습니다. 노사 갈등 때문에 경쟁력이 약화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입니다. 벤처로 출발해 자유·창의성·도전의 대명사로 통하던 인터넷 기업에서 자동차, 조선 같은 굴뚝 업종에서 보던 풍경을 보게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네이버 노조원들이 11일 오전 네이버 본사(경기도 성남)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노총의 지원을 받는 네이버 노동조합은 11일 경기도 성남 네이버 본사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0일 본사 1층에서 첫 공식 쟁의 행위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5차례에 걸친 노사 단체교섭에 이어 고용노동부·중앙노동위원회가 내놓은 조정안까지 결렬되자 투쟁을 선언한 것입니다. 네이버 노조는 "3월 말에는 IT(정보기술) 업계와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산하의 노조들과 연대한 대규모 쟁의 행위도 준비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노총 화섬노조에서도 1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노조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은 "시작부터 파업을 원하는 노조는 없다"면서도 "회사가 지금처럼 대화의 창을 열지 않는다면 노조는 가장 강력한 단체행동권을 고민할 수밖에 없고 그 경우 파업은 (우리가 아니라) 회사가 선택한 결론"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네이버 노조의 주요 안건은 다른 노조와 좀 다릅니다. '임금 올려 달라'는 게 없습니다. 노조는 현재 사측이 3년마다 주는 10일의 안식휴가를 15일로 늘리고, 남성 직원의 유급 출산 휴가도 현재 3일에서 10일로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경영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부여 기준을 객관적으로 설명해 달라는 내용입니다.

임금은 작년에 껑충 뛰었습니다. 네이버의 직원 평균 연봉은 2017년 8233만원에서 작년에는 9000만원 안팎으로 두 자릿수 증가할 전망입니다. 작년 3분기까지 받은 누적 급여는 7341만원입니다. 같은 인터넷기업인 카카오는 물론이고 LG전자KT 같은 웬만한 대기업보다도 많습니다. 현대차의 평균 연봉(9200만원)에 육박합니다.

네이버 노조가 파업을 강행해 피해를 볼 수 있는 이용자는 3000만명이 넘습니다. 노조에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파업을 행사할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직장인은 가지 못하는 안식휴가를 며칠 더 가겠다는 게 쟁의와 파업의 이유라면 이용자들이 납득할지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