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매각·특혜시비 논란에 뚝심으로 정면대응

대우조선해양민영화 과정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뚝심이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산업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를 발표한 이후 여러 논란이 일자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는 (대승적(大乘的) 차원뿐 아니라) 소승적으로 봐도 이득"이라며 일축했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31일 보유 중인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을 현대중공업에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 민영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현대중공업이 조선통합법인이라는 지주회사를 만들면 산업은행은 통합법인의 지분을 받는 방식이다. 이같은 방식은 민영화를 하더라도 대우조선해양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당장 회수할 수 없고, 현대중공업에 사실상 특혜를 제공한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실제로 민영화 발표 이후 비슷한 문제제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관련 기자브리핑에서 현대중공업의 인수 제안에 대한 이사회 논의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이 한국 조선업 경쟁력 발전을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010140)등 이른바 ‘빅3’가 공존하는 현재의 체제로는 저가(低價) 수주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데, 빅2로 구도로 재편되면 가격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회장도 지난달 31일 기자 브리핑에서 "1개 기업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이해당사자, 지역경제, 근로자, 채권자, 협력사까지 다 놓고 봐야 한다"며 대승적인 차원의 결단이었음을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민영화 발표 이후에도 논란이 계속되자 이 회장은 "소승적으로 봐도 이득이 되는 결정"이었다고 산업은행 직원들에게 설명하는 등 적극적으로 논란에 대응하고 있다.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위해 산업은행이 손해를 보는 결정을 한 게 아니라,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이득이 되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 회장이 이런 판단을 한 데에는 공적자금을 일거에 회수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을 민영화 할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투입된 정확한 공적자금 규모를 집계하고 있는데 금융권에 따르면 대략 7조~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우조선해양 시가총액도 3조5000억원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어떤 방법을 택해도 헐값 매각 논란을 피하기는 어렵다"며 "이번 민영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주가가 올라 산업은행이 회수할 수 있는 자금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최대한 많은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라도 빅2 체제로 조선업 경쟁 구도를 재편해 대우조선해양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지금은 헐값 매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나중에 주가가 올라 회수 가능 자금 규모가 커지면 논란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하고, 국내에서도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등 조선사 노조의 반발을 극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