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개인간대출) 금융 관련 법제화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관련 업계가 일정 비율 내에서 자기자본을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P2P금융에서 대출을 받는 사람들은 개인 또는 기관이 투자하는 대출금이 모일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최대 수일이 걸리다보니 P2P금융 경쟁력이 하락한다는 이유에서다. 자금이 시급한 사람은 P2P금융의 중금리대출이 아닌 사채 등 고금리 대출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P2P 대출의 해외 제도 현황 및 국내 법제화 방안 모색 공청회’에 참석한 김성준 렌딧 대표 겸 마켓플레이스금융협의회장은 "현재 P2P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P2P 업체의 투자가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다"며 "P2P 신용대출은 2금융권 대비 10%포인트 낮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대출 신청자 30% 이상이 투자 모집기간을 버티지 못해 연 20%대의 고금리 대출을 받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P2P업체가 개별 대출에 대해 30% 수준에서 직접 투자할 경우 1주일 내로 투자자 모집이 완료돼 차입자가 오랜 시간 기다리지 않고 고금리 상품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P2P대출의 해외 제도 현황 및 국내 법제화 방안 모색 공청회’ 현장.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 겸 핀테크산업협회장 역시 "P2P업체가 직접 자기자본을 투자할 경우 자금 투자와 동시에 (건전성 관련) 검토도 가능하다"며 "자기 돈이 들어가다보니 무분별하게 대출을 내보낼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해외 사례를 봐도 P2P금융의 자기자본투자를 금지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P2P업체의 자기자본투자가 허용되면 P2P금융의 본질인 ‘다자간거래’가 아닌, P2P업체가 선(先)대출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대부업과 동일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 비우량대출의 경우 P2P업체가 투자자에게 매도해버릴 수 있어 투자자와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업계의 이같은 요청에 송현도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과장은 "당국의 현재 노선은 일정 비율 이상 대출 투자자가 모집된 경우 나머지 부분을 P2P업체가 자기자본을 넣어 빠르게 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투자 비율에 대해서는 논의가 좀 더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발표를 맡은 윤민섭 한국소비자보호원 연구위원 역시 P2P업체의 자기자금 투자를 제한적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건전성 유지를 위해 자기자본투자 사실에 대한 별도 공시 등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P2P금융 업계는 금융기관이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도 요청했다. 김대윤 대표는 "세계적으로 봐도 기관투자는 P2P금융의 빠른 성장을 유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정책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민간 금융기관이 해당 P2P업체를 직접 검증해 투자할만한 플랫폼인지 판단할 수 있는데다, 대규모 기관투자가 허용되면 대출 신청자에게 자금이 빠르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송 과장은 "P2P금융에 대한 기관투자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당국도 가지고 있다"면서도 "다만 기관투자를 늘려 저축은행이나 플랫폼이 플랫폼 자금을 댄다면, P2P업체는 결국 대출모집인이 되는 것이고, 극단적 상황의 경우 P2P금융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기관투자자가 특정 대출건에 50% 이상 투자하는 것은 그 대출을 지배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그 이하로 허용하되, 비율 수준은 업계 의견을 들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날 논의 결과를 토대로 정부 차원의 대안을 마련해 국회의 P2P 법안 제정 논의를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P2P금융이 핀테크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어 소비자를 보호하려면 이를 규율할 별도의 법률이 필요하다"면서 "공청회 논의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 법제화를 전력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