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시장에 얼어붙었다고 하지만 여기만큼 추운 곳도 없을 것 같다. 작년 1월 서울에서 아파트가 가장 많이 거래되며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지만, 1년 만인 올해 1월 서울에서 거래가 가장 없는 곳으로 전락한 용산구 이야기다.

1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 등록된 서울시의 아파트 매매 건수(실거래 신고 기준)는 1876건에 그쳤다. 하루 평균 60건이 거래된 셈인데, 작년 1월(1만198건)과 비교하면 82%가량 줄어든 수치다.

특히 용산구의 거래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1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량을 보면 무려 10% 수준인 1021건이 용산구에서 나온 거래였다. 주택 수가 많지 않은 용산구에서 가장 많은 거래가 이뤄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하지만 올해 1월 용산구에서 신고된 거래량은 20건. 서울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7%에 불과했다. 용산구의 거래량은 작년 1월과 비교하면 무려 98%나 줄었다.

서울 용산구 용산민족공원 예상 조감도.

용산구 아파트 거래량이 이렇게 많이 줄어든 이유는 우선 작년을 뜨겁게 달궜던 각종 호재성 뉴스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용산역 근처 코레일 부지를 포함한 용산 개발 청사진이 곧 나올 거라는 기대와 용산 미군기지 반환에 따른 공원 개발, 이촌동의 아파트 단지들의 통합 리모델링을 비롯해 한강맨션 등의 재건축 개발, 경부선 철도 지하화 등에 대한 기대감이 어우러지며 실수요에다 투자 수요까지 몰렸지만 상당수가 연기되거나 무산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용산 통합 개발 계획 발표 보류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이 지난해 용산과 여의도의 통합 개발 방안에 대해 언급한 것이 잠잠하던 부동산 시장에 불을 붙였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현재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개발 구상 발표를 미루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이촌동 A공인 대표는 "재작년부터 작년 초까지 전용면적 59㎡ 물건 위주로 갭투자(전세를 낀 매수)가 많이 들어왔다"면서 "지금은 투자수요는 아예 찾기 어렵고 실수요자들의 문의도 적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해 9·13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전체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최근 공시가격 인상이 가파르게 진행되는 것 등까지 복합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거래가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최근 공개한 표준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보면 용산구는 전국에서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발표될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많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용산이 당분간 지금과 같은 냉각기를 피하기 어렵다고 본다. 다만 개발 호재가 하나씩 가시화하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은 있다고 예상한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각종 개발을 주도할 서울시가 움직이지 않다 보니 용산에 대한 기대가 뚝 떨어져 있다"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위축까지 맞물려 당분간은 지금과 같은 냉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개발 계획이 가시화하면 다시 열기가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한 터라, 규제에 따른 시장 위축이 지속되고 용산 개발 계획도 빠르게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서울에서 개발 여지가 많이 남은 지역이라 시장 분위기가 또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