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집에서 입주 베이비시터 일을 하는 중국 동포 박모(65·서울 대림동)씨는 평일 처리하지 못한 은행 업무를 지난 일요일에 해결했다. 동네에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주 6일제' 은행 지점이 최근 생긴 덕분이다. 이 지점에선 일요일에 외국인 고객만 상대로 해외 송금이나 통장 개설, 환전 같은 간단한 업무를 처리해준다.

서울 강남역에는 정오에 문 열고 저녁 7시에 문 닫는 은행도 생겼다. 아침에는 한산하고 오후에 유동인구가 몰리는 번화가 특성을 고려해 문 여닫는 시간을 3시간씩 뒤로 미룬 지점이다.

9시에 문 열고 4시면 일제히 문을 닫던 국내 시중은행들이 영업시간을 다변화한 '탄력·특화 점포'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인터넷 금융 거래가 보편화하고, 24시간 문이 열린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 중인 마당에 고객이 찾지 않는 점포는 대폭 줄이는 대신, 거점별로 지역 수요에 맞게 지점 운영 시간을 다변화해 살 길을 찾는 것이다.

10일 KB국민은행은 11일부터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하는 점포를 5곳 늘리고, 오전 10시~오후 5시 또는 낮 12시~저녁 7시 사이 문 여는 '애프터뱅크'를 4곳 늘린다고 밝혔다. 대치동, 목동, 신사동, 압구정, 양재역, 종로, 판교 등 거점별 핵심 지점은 저녁 7시까지 문을 열어놓는다. 그런가 하면 독산·의정부 홈플러스점 등 마트 안에 있는 곳은 마트 문 여는 10시에 맞춰 다른 지점보다 1시간 늦게 열고 1시간 늦게 닫는다.

이런 영업시간 특화점포가 총 47곳으로 KB국민은행 전체 영업점의 4.4%를 차지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노조 파업 때 직원의 30%가 빠졌지만, 막상 우려했던 업무 차질이 없어 노사 모두 당황했다. 결국 이게 현실"이라며 "오프라인 업무가 필요한 고객이 원할 때 문을 열어놓을 수 있도록 탄력 점포를 차차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