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주재 미 대사가 "화웨이 혹은 다른 중국 통신 장비로 기간통신망을 구축하는 나라는 대미(對美) 관계에서 불이익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주 기업들이 화웨이 등 중국제 통신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5G 통신망 구축 과정에서 화웨이를 완전히 배제시키겠다는 의지를 위협적으로 과시하면서 중국에 무역 협상 타결을 압박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고든 손들랜드 주(駐)EU 미 대사는 7일(현지 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가진 한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들이 고객을 상대로 스파이 활동을 하는 한 이들과 사업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이런 우려를 고려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중국 기술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이들은 미국을 상대할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 국가들이 5G 이동통신을 도입할 때 중국이 아닌 핀란드나 다른 북유럽 국가 기업들을 선택하라"며 "미국은 중국 장비를 사용하는 나라와 정보를 공유하고 거래하는 걸 꺼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독일 경제일간지 한델스블라트는 6일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외무·내무·경제·재무장관 등이 회의를 한 결과, 독일 정부는 5G 네트워크 건설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전했다. 독일은 중국을 제외한 단일국가로는 화웨이의 최대 시장이다. 고든 대사의 이번 발언은 '미국 주도의 반(反)화웨이 전선에서 이탈하지 말라'는 경고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는 또 유럽 각국에 사람을 보내 화웨이 장비의 보안 위험성을 경고하고 "화웨이를 쓰지 말라"며 현지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홍콩 명보가 8일 보도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를 비롯해 프랑스, 독일에서 정부 관계자를 이미 만났으며 스페인 등 다른 국가들에도 곧 관계자를 파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7일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주 기업 부문에서 화웨이 등 중국 통신 장비 업체의 제품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작년 8월 정부 부문에서 화웨이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기업 부문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달 25~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개최 전에 행정명령을 발표해야 할 강한 동기가 있다"고 전했다. MWC는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로, "백악관이 세계의 통신업자들에게 보안을 최우선 순위에 두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