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르노그룹 본사가 자회사인 르노삼성자동차에 '노조가 파업을 계속할 경우 신차 위탁생산을 하지 않겠다'고 경고한 가운데 르노삼성차 노조가 이에 반발, 전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르노삼성은 2014년부터 모회사인 르노로부터 일본 닛산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로그를 위탁받아 생산하고 있다. 로그 위탁생산 물량은 르노삼성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가량(2018년 기준 10만7262대)을 차지하는데 위탁생산 계약이 오는 9월 끝난다. 이후 로그를 대체할 신차 물량을 배정받지 못할 경우, 르노삼성은 물론 부산·경남지역 300여 협력업체 5만 개에 달하는 일자리에 큰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

지난 1일 르노그룹의 로스 모저스 부회장은 직원들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에서 "파업이 계속될 경우 후속 물량에 대한 논의를 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6월 첫 임단협 협상을 시작한 이후 8개월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부산공장에서만 총 28차례 부분 파업(104시간)을 벌였고, 이 사이 협력업체들은 직원들을 출근시켰다가 일거리가 없어 퇴근시키는 등 덩달아 피해를 보고 있다.

르노삼성차 박종규 노조위원장은 8일 본지 통화에서 "르노 본사의 협박에 굴하지 않겠다"며 "사측이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할 경우 총파업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일단 오는 13일과 15일로 예정된 부분 파업을 진행한 뒤 향후 전면 파업 여부를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르노삼성차는 지난 2015~2017년 3년 연속 파업하지 않고 임금협상을 마무리하는 등 국내 완성차 업체 노조 가운데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기본급 10만원 이상 인상, 특별격려금 300만원 지급 등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사측은 부산공장의 평균 인건비가 르노그룹 내 또 다른 자회사인 일본 닛산 규슈공장보다 20% 정도 높다며 노조의 요구를 받아주면 생존을 위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버티고 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협상 테이블에선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노조가 전면 파업을 주장한다면 결과적으로 회사가 타격을 입더라도 요구 조건을 들어줄 순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르노삼성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신차 위탁생산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실제로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2의 한국 GM 사태로 번져 부산·경남지역의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