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보따리상들을 인솔하는 가이드 A씨는 7일 저녁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오픈 100일 행사 문자를 받았다. ‘8일부터 800달러 이상을 구매하는 고객을 데려오면 1명당 최대 6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보따리상 단체를 데려가도 불과 2~3만원만 주는 다른 면세점에 비해 몇배의 수수료를 벌 수 있다는 것이다. A씨는 다른 면세점에 "고객들을 데려가기 위해서는 현대백화점보다 수수료보다 더 많이 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문자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가이드 3000여명에게 뿌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면세점 10층.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중국인 보따리상 고객 유치를 위해 진흙탕 싸움에 나섰다. 현대백화점이 과도한 경쟁에 나서면서 롯데·신라·신세계 등 다른 면세점들은 수익 감소 등 타격을 입을까 우려하고 있다.

8일 면세·여행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개장 100일을 맞아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는 보따리상을 인솔하는 가이드에게 고객 1명당 최대 6만원씩 주겠다고 공지했다. 이번 행사는 다음주까지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할 경우 주는 선불카드 혜택도 강화했다. 2만달러 이상 구매시 200만원, 3만달러 이상 고객은 300만원짜리 선불카드를 받을 수 있다. 사실상 구매금액의 10%를 되돌려주는 셈이다. 선불카드 지급액도 다른 면세점(2~3%)에 비해 높은 편이다.

현대백화점이 개장 100일 기념으로 평균 800달러 이상 구매하는 고객을 데려올경우 가이드에게 손님 한명당 최대 6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알렸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1월 문을 연 뒤, 지속해서 과당경쟁에 나서고 있다. 황해연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이사는 "과당경쟁을 자제하겠다"고 했지만, 개장 직후 송객수수료를 업계 평균보다 10%포인트 가량 높은 28~32%를 지급했다. 올해 초에는 캐시백 형태로 출혈경쟁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영업적자를 내더라도 매출부터 챙기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고 있다. 명품브랜드들이 입점 조건으로 매출액을 내세우자, 매출부터 늘려 다양한 브랜드를 끌어들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면세점 관계자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왕홍마케팅, 차별화된 서비스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적자를 보더라도 일단 손님을 끌어들이겠다는 식으로 경영하고 있다"며 "면세점 영업적자가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4% 감소한 3567억원을 기록했다. 면세점 준비비용(218억원)과 개장 초기 광고판촉비 증가로 면세점에서만 41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황해연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가 지난해 현대백화점면세점 오픈 기자간담회에서 개장 이후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면세점 관계자는 "계약관계상 금액대별 보상을 밝히긴 어렵다"면서도 "통상 업계에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