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3.1% → 2.7%로 줄며 소비 증가율에 뒤져
식료품·주거비 비중 크고 작년 말부턴 소비 '꽁꽁'

"2018년 민간 소비 증가율이 2.8%로 (2.7%인)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을 넘어섰다. 소득주도성장 덕분에 가계 소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1월 말쯤부터 소비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연 2.7%로 잠재성장률을 밑돈 것으로 추정되는 경제성장률 대신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민간소비를 보자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의 결과 가계소득이 늘어나 소비가 늘었다는 게 청와대와 여당의 논리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를 비롯한 여당과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은 지난달 말부터 여러 차례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율이 2.8%를 기록하는 등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며 “경제 체질을 바꾸려는 문재인 정부의 노력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통계 지표를 따져봤을 때 청와대와 여당 주장은 근거가 빈약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2018년에 소비가 되살아난 것이 아닌 데다, 정책의 직접적 효과로 볼 수 없는 정황이 많다. 소비 증가의 질적인 측면을 따져봤을 때 중간 이하 계층의 삶이 개선되었는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비까지 꺾이는 현상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

①소비 증가>GDP 성장 원인은 6년만의 ‘마이너스 투자’

가계소비 증가율이 GDP 성장률을 앞지른 가장 큰 이유는 민간 투자와 건설 투자가 2012년 이후 6년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해 GDP 성장률이 후퇴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출 부문 국민계정에 따르면 2018년 민간투자 증가율은 -2.8%로 2012년(-0.1%) 이후 6년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건설 투자 증가율도 -4.0%로 2012년(-3.9%) 이후 6년만에 마이너스였다. 설비투자(-1.7%)는 2016년(-1.0%)이후 2년 만에 감소했다.

국내 총생산을 지출 부문으로 쪼개면 가계 소비, 정부 소비 및 투자(고정자본형성), 기업 투자, 순수출 등으로 구성된다. 한은은 투자를 건설 투자, 설비 투자, 지식재산생산물투자 등으로 나눈다. 결국 소비 증가율이 GDP 증가율을 앞지른 것은, 소비가 늘어서가 아니라 투자가 부진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GDP=소비+투자+정부지출+순수출’ 인데, 투자가 부진해 소비가 차지하는 몫이 상대적으로 늘어났다는 얘기다.

가계 소비가 큰 폭으로 뛴 것도 아니다. 가계 소비 증가율은 2017년 2.7%에서 2018년 2.8%로 0.1%포인트(p) 높아진 데 불과하다. 같은 기간 GDP 성장률은 3.1%에서 2.7%로 0.4%P 내려갔다. GDP 성장률이 추락한 가장 큰 원인은 투자 감소다.

② 식료품·주거비 위주 늘어…팍팍해진 살림살이

현재 소득 및 자산 분위별 소비 증감을 보여주는 자료는 가계금융복지조사가 유일하다. 2017년까지는 가계동향조사 지출부문이 분기별 자료를 제공했으나, 2018년 해당 조사가 사라졌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18년 소득은 전년대비 4.1%, 소비는 5.1% 증가했다. 소득 증가율은 지난 2013년(5.8%)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았다. 하지만 소비는 2017년(5.7%)보다 더 낮다. 게다가 소비의 질적인 측면도 2017년보다 못하다. 2018년 가계 평균 소비 증가액은 127만원인데, 그 가운데 식료품이 37.0%(47만원), 주거비가 11.0%(14만원)를 차지했다. 133만원이 늘어난 2017년의 경우 식료품이 증가액의 27.1%(36만원)를 차지했고, 주거비는 오히려 2만원(증가폭 대비 -1.5%) 줄었다. 삶의 질이 개선돼 소비가 늘어난 게 아니라, 생활비가 증가하면서 오히려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것에 가까운 것이다.

소득 분위별로는 최하위 20%(1분위)와 하위 21~40%(2분위)는 각각 15.1%, 8.3% 소비가 늘었다. 최상위 20%(5분위) 소비 증가는 4.2%였다. 하지만 이 같은 소비 증가는 소득 증가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경상소득 증가율은 최하위 20%는 5.6%, 하위 21~40%는 3.9%였기 때문이다. 최상위 20% 소득 증가율은 4.6%였다. 경상소득은 근로나 사업 등을 통해서 정기적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을 의미한다.

게다가 자산 분위별로 따지면 최하위 20%(순자산 기준)의 소비 증가는 2.8%로 2017년(4.3%)에도 못 미쳤다. 거꾸로 최상위 20%의 소비 증가는 5.9%에 달했다. 소득과 자산을 함께 고려했을 때,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보는 ‘자산이 없고 소득이 낮은’ 계층의 소비가 늘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산층 은퇴자 등 소득은 낮지만 자산이 어느 정도 있는 계층의 소비는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③ 수도권 외 지방 소비는 ‘꽁꽁’

소비 증가 혜택은 서울,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됐다. 평창 동계 올림픽이 열린 강원도와 관광 수요가 반등한 제주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방은 소비가 얼어붙어 있었다.

통계청이 2018년 3분기까지 집계한 시도별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 기준)을 이용해 2018년 1~3분기 소매판매액을 전년 동기대비와 비교한 결과 6.2%를 기록한 서울과 제주(11.2%)만 전국 평균 증가율(4.7%)을 넘겼다. 경기도(2.9%), 인천(3.4%), 강원도(3.0%), 전라남도(2.2%)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모두 1%대를 밑돌았다. 광역시만 봐도 울산이 -0.2%, 대구 0.1%, 대전 0.4%, 부산 1.2%, 광주 1.0% 등 모두 부진했다. 결국 소비 훈풍은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만 해당한다는 얘기다. 지방의 소비 경기는 불황에 가까운 양상이었다.

④ 2018년 하반기엔 ‘소비 급브레이크’

게다가 가계 소비는 2018년 3분기 이후 급락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계 소비 지출 증가율(최종소비지출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2.5%에 불과하다. 2017년 4분기 3.5%를 정점으로 2018년 1분기 3.3%, 같은 해 2분기 2.8%를 기록하다가 2% 중반대로 추락한 것이다. 4분기 자료는 공표되지 않았지만,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 소비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경기 둔화다.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상반기 2.8%에서 하반기 2.5%로 추락하면서 불황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잠재성장률(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 않고 생산능력을 모두 발휘할 때의 성장률)을 2.8% 안팎으로 본다.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 경우 불황을 의미한다. 하반기에 경기가 식어가기 시작하면서 지갑을 닫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은행 국민계정 자료에 따르면 가계의 내구재 지출 증가율은 2018년 1분기 9.8%, 2분기 6.9%를 기록했으나, 3분기에는 3.5%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