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급여및임금 적자 10억달러 넘어설듯…3년 연속 최대적자

한 지역광역시에서 조경공사업체를 운영하는 이모(52세·남)씨는 현재 반장급을 제외한 노동자를 모두 외국인으로 두고 있다. 중국과 몽고,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20~30대 청년들이 주를 이룬다. 이들의 하루 일당은 13만원선. 그중 기술이 손에 익은 노동자에게는 15만원까지 준다.

이씨가 외국인 근로자를 두는 이유는 한국인 근로자를 구하기 쉽지 않고 일당도 다소 적기 때문이다. "불과 1~2년 사이에 노동자 대부분이 외국인들로 채워졌다"며 "앞으로 석재, 미장작업 등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곳에도 외국인을 많이 쓰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 수가 공식집계로만 100만명을 넘어서면서 임금수지 적자가 1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임금수지가 적자라는 것은 한국 근로자가 외국에서 벌어들인 돈보다 외국 근로자가 한국에서 번 돈이 더 많다는 뜻이다. 외국인들은 국내 인력이 기피하는 업종에서 점점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또 최저임금 인상으로 급여도 오르는 중이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급여및임금수지는 9억986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2017년 연간 급여및임금수지(8억5820만달러)를 넘어선 사상 최고치다. 12월 통계치가 집계되기 전이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처음 1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의 수입이 수출을 넘어서는 현상이 고착화되는 것이다.

급여및임금수지가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운 건 2016년(-5억6980만달러)부터 3년 연속이다. 급료및임금수지는 본원소득수지의 일부로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1년 미만(단기) 머물며 벌어온 돈(급료및임금수입)과 국내에서 일하는 단기 외국인 근로자에게 지급된 돈(급료및임금지급)의 격차를 의미한다. 1년 미만 근로자가 대상이라 주로 단순노무직에 지급하는 임금수지로 해석된다.

외국인 근로자가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작년 급료및임금지급은 11월까지 13억9710억달러로 역대 최대치 였던 2017년(14억2630만달러)에 육박한다. 지난해 월별 급료및임금수입이 모두 7000만달러를 넘어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규모는 역대 최대치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1년 이상 근로자들이 버는 돈도 대폭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고국에 송금한 돈이 포함된 개인이전소득지급액은 작년 11월까지 114억760만달러로 집계돼 사상 최대치인 2017년(109억3990만달러)의 기록을 이미 넘어섰다.

외국인 근로자가 버는 돈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이유는 국내 노동시장에 유입된 외국인 근로자의 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외국인 근로자(재외동포 비자 포함)는 103만9871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불법체류자 30여만명을 합치면 전체 외국인 근로자 숫자는 130만명을 훌쩍 넘는다.

특히 이들은 건설업종과 비전문 제조업 현장 등 국내 인력들이 기피하는 곳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비전문 외국인력은 2012년 23만명에서 2017년 25만5000명으로 증가했다. 비전문 외국인력의 88.1%는 광업·제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농림어업 5.4%, 건설업 3.2%에 주로 종사했다. 이들은 비전문취업자(E-9), 방문취업자(H-2) 비자를 받아 입국했다.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올해까지 3년 연속 E-9 체류자격으로 연간 5만6000명의 외국인력을 도입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도 외국인 근로자에 지급되는 급여를 올리는 역할을 했다. 이들은 내국인과 똑같이 최저임금을 적용받고 있는데 단순노무업무에서는 수습기간이 적용되지 않아 입국 즉시 최저임금을 보장받는다. 통계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외국인 경제활동인구(92만9000명)중 62%가 월평균 200만원 이상의 임금을 받았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소도시에서는 국내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업무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신하면서 공급과 수요가 맞아 떨어지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임금수준이 대폭 높아지면서 동남아 국가에서는 한국이 괜찮은 노동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우리나라 국민이 외국에서 1년 미만 단기근로로 벌어온 급료및임금수입은 작년 11월까지 3억9850만달러에 그쳤다. 외국인 근로자에 지급한 금액의 3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규모다.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2017년 급료및임금수입(5억6810만달러)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1990년대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해외에 나가 단순근로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장기근로를 하거나 이민을 떠나면서 급료및임금수지 통계에 집계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