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이 중간지주회사(조선합작법인)를 세워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세계 1·2위 조선회사가 하나로 합쳐져 ‘메가조선사’ 탄생을 예고했다. 산업은행은 삼성중공업에도 투자제안서를 발송했지만, 이미 현대중공업과 인수 방식에 대한 논의까지 이뤄진 터라 인수자가 바뀔 가능성은 낮다는게 중론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결합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독과점’ 이슈다. 시장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수주잔량 글로벌 1위는 1만1145CGT를 보유한 현대중공업그룹이다. 2위는 대우조선해양으로 5844CGT다. 두 회사의 수주잔량을 합치면 1만6989CGT로 전 세계 조선시장의 21.2%를 차지한다. 국내 시장점유율은 80%에 육박할 전망이다. 국내 조선업계가 강점을 가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양사의 점유율을 합치면 60%대에 이른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품에 안기 위해서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포함해 유럽, 미국 등 주요 시장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두 회사의 결합으로 경쟁이 얼마나 제한될 것인지, 우월적인 시장 지위를 남용할 것인지 여부를 가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해외 경쟁사들이 시장 독과점 문제를 제기하면서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최근 결합심사 사례를 볼 때 단 하나의 국가에서만 반대해도 인수합병(M&A)이 무산될 수 있다. 지난해 8월 미국 반도체설계회사 퀄컴은 네덜란드 NXP반도체를 440억달러(약 50조원)에 인수하는 계획을 포기해야만 했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과 한국 공정위를 비롯해 9개 승인 대상 중 8개 국가에서 승인을 받았지만, 중국 정부가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은 선주사들이 시장에서 강력한 지배력을 갖고 있어 조선소의 점유율 상승만으로 시장에 심각한 훼손을 가하기는 어렵다"면서 "독과점 문제를 극복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친환경 고효율 선박인 15만 3000t급 유조선 오토만 컬터시호.

한영석·가삼현 현대중공업 공동대표이사 사장은 1일 공동 담화문을 통해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은 세계 1위 조선 산업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국내 조선 빅3가 경쟁하는 동안 중국과 일본 업체들은 통합과 합병을 통해 경쟁력 확보에 집중했다. 우리도 어떤 형태로든 산업 경쟁력 회복과 재도약을 위한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