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지만 청약 시장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새해 들어서도 대구 등 인기 지역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은 여전히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유세가 늘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며 주택 수요가 전반적으로 크게 위축됐다는 분석이 많지만, 실수요의 힘도 여전하다는 평가 속에 상대적으로 비인기 지역의 위축은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6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올해 대구 지역에서 공급된 민영주택 대부분이 높은 경쟁률로 마감된 상태다. 지난 30일 1순위 청약을 마감한 방촌역 태왕아너스는 165가구를 모집하는 데 2245명이 몰리면서 13.61대 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마감됐다.

지난 24일 1순위 청약을 마감한 대구 달서구 ‘빌리브 스카이(신세계건설)’도 마찬가지다. 343가구를 공급하는데 4만6292명이 몰리면서 평균 135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가장 인기가 높았던 전용면적 84.6㎡A형의 경쟁률은 무려 444대1에 달했다.

이 단지가 주목되는 것은 전용면적 100㎡ 이상의 대형 면적까지 모두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는 점이다. 집값이 크게 오르던 최근 수년 동안 상승세를 이끈 것은 전용면적 85㎡ 이하의 중소형 아파트였다. 이번 청약에서 빌리브 스카이의 전용면적 124㎡A형은 경쟁률이 77.3대1에 이를 정도로 청약 경쟁이 치열했다.

대구의 청약 열기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대구는 연초부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 ‘남산자이하늘채(GS건설)’가 84.34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최근에도 ‘동대구 에일린의 뜰(아이에스동서·18.13대 1)’, ‘동대구역 우방 아이유쉘(우방·126.71대 1)’, ‘죽전역 동화아이위시(동화건설·60.45대 1)’ 등이 모두 높은 경쟁률 속에 청약을 마쳤다.

지난 18일 '쌍용 더 플래티넘 부평'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이 청약 상담을 하고 있다.

인천과 용인 수지에서도 연초 분양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인천에서는 지난 30일 1순위 청약을 마감한 e편한세상 계양 더프리미어가 617가구를 모집하는 데 3284명이 몰리면서 5.32대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최근 ‘쌍용 더 플래티넘 부평(쌍용건설)’이 평균 3.9대 1의 청약 경쟁률로 청약을 마쳤고, 올해 초 검단신도시의 ‘한신더휴(한신공영·1.14대 1)’와 ‘우미린더퍼스트(우미건설·2.69대 1)’도 청약을 마감했다.

용인은 ‘수지 스카이뷰 푸르지오(대우건설)’가 7.99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된 것을 비롯해 ‘월드메르디앙 샬레더블룸(월드건설)’이 4.16대 1에 마감되는 등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이 지역 상승세가 청약 시장에도 옮겨 붙은 것을 실감케 했다. 이 밖에 최근 청약을 마감한 ‘춘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대우건설)’도 5.88대 1의 양호한 청약 성적을 거뒀다.

반면 비인기 지역에서는 청약 성적이 크게 저조한 것으로 나왔다. 경남 ‘창원경화베스티움(동부토건)’은 53가구 모집에 21명만 청약하며 흥행에 실패했다. 조선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부동산 시장이 크게 얼어붙은 지역이다 보니 새 아파트도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미분양이 많은 경기도 화성의 ‘화성송산시티 대방노블랜드(대방건설)’, 경남 진주의 ‘진주 평거동 메이힐스아파트(승주종합건설)’ 등도 주인 찾기에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기존 아파트 시장이 주춤하는 것이 청약 시장 쏠림 현상을 심화한다고 진단한다. 조정을 받는 기존 아파트를 사느니 전세에 머물며 천천히 새 아파트 청약을 노리는 것이 낫다는 심리가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금도 내려가는 상황이라 이들이 전세로 살며 청약을 기다리기엔 더없이 좋은 환경이기도 하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은 물론 지방 광역시도 청약 물량은 시세보다 싸게 나오고 있다"면서 "서울은 둘째로 치더라도 대구와 광주, 대전 등 공급이 부족한 지역은 올해도 청약 경쟁률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박 위원은 이어 "하지만 청약이라고 무턱대고 유리한 건 아니다"면서 "주력 산업이 침체한 지역과 미분양이 쌓여 있는 곳은 분양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