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 오더, 마이 DT 패스…스벅 디지털 혁신 한국이 주도
한국에선 주문·결제 절반이 모바일…창업자 "환상적" 극찬

"Fantastic!!(환상적이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2014년 5월 모바일 앱으로 커피 주문과 결제를 할 수 있는 사이렌 오더를 전 세계 스타벅스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사이렌 오더가 출시되고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이석구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는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스타벅스 창업자인 하워드 슐츠가 직접 보낸 이메일에는 'Fantastic!!(환상적이다)'이라는 말만 적혀 있었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처음 선보인 사이렌 오더는 이후 전 세계 스타벅스가 벤치마킹해 스타벅스의 표준이 됐다. 스타벅스가 시작된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주요국에서도 사이렌 오더를 도입했다. 사이렌 오더가 처음 도입된 한국 스타벅스에서는 이제 전체 결제의 17% 정도가 사이렌 오더로 이뤄질 정도로 이용이 늘었다. 결제뿐 아니라 주문까지 합치면 전체 스타벅스 이용자의 절반 정도가 모바일 앱을 이용하고 있다.

장석현 스타벅스코리아 데이터마케팅팀장이 혁신의 성공 비결을 설명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결제 혁신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해 6월 전국 드라이브스루(DT) 매장에 자동결제 서비스인 '마이 DT 패스(My DT Pass)'를 도입했다. 미리 등록된 차량이 드라이브스루 매장에 들어오면 차량 번호판을 자동으로 인식해 사이렌 오더 여부와 쿠폰 보유 여부 등을 확인하고 등록된 스타벅스 카드로 자동결제까지 하는 서비스다. 마이 DT 패스도 스타벅스코리아가 전 세계 스타벅스 중에 최초로 선보인 것이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6개월여 만에 가입자가 50만명을 넘었고 전체 드라이브스루 이용자의 절반이 마이 DT 패스를 이용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가 본 고장인 미국보다 빠르게 결제 혁신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사이렌 오더, 마이 DT 패스 등 스타벅스코리아의 디지털 혁신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장석현 스타벅스코리아 데이터마케팅팀장은 비결을 묻는 질문에 고객의 작은 불만도 놓치지 않고 분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장 팀장은 마이 DT 패스 개발 과정을 예로 들었다. 그는 "드라이브스루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왜 그런지 이유를 물었더니 지갑을 꺼내는 게 불편하다는 대답이 많았다"며 "자동차에 탄 채로 지갑을 꺼내지 않고도 결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니 마이 DT 패스가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장 팀장은 "빅데이터를 분석할 때 중요한 건 '빅'이 아니라 '데이터'에 있다"며 "아무리 작은 데이터라도 다른 데이터와 함께 놓고 분석하면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IT 기업이나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간편결제 서비스와 스타벅스의 모바일 앱 결제가 달라지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장 팀장은 "스타벅스의 디지털 혁신이 잘 정착된 이유는 우리가 혁신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고객의 편의성에 집중했기 때문"이라며 "스타벅스의 모바일 앱은 결제나 주문을 위한 용도보다도 고객들로부터 스타벅스 서비스와 제품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처음 선보인 사이렌 오더는 전 세계 스타벅스가 벤치마킹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모바일 앱을 통해 디지털 설문조사 프로그램인 '마이 스타벅스 리뷰'를 실시하는데 이 때 한 차례 설문을 돌리면 10만여개의 고객 리뷰가 들어온다. 장 팀장은 "스타벅스 고객의 적극적인 아이디어를 받은 뒤에 관련부서 직원과 최고경영자가 한 자리에 모여 데이터를 보고 해결책을 찾는 세미나를 한 달에 한 번씩 진행한다"며 "스타벅스의 디지털 서비스 가운데 실패가 없는 건 고객을 중심에 놓고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의 모바일 앱 결제는 전문적인 간편결제 서비스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미국의 경우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스타벅스 앱일 정도다. 시장조사업체인 이마케터에 따르면 미국 내 스타벅스 앱 결제의 이용자가 2340만명으로 애플페이(2200만명), 구글페이(1110만명), 삼성페이(990만명)보다 많다. 스타벅스 카드에 충전된 자금도 어지간한 미국 내 중소은행의 예치금에 맞먹는다는 분석도 있다.

‘스타벅스은행’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지만 장 팀장은 스타벅스의 디지털 혁신은 어디까지나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스타벅스 모바일 앱은 결제나 주문을 위한 용도가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서 스타벅스를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스타벅스를 찾는 사람들은 단지 커피를 마시기 위해 오는 게 아니라 스타벅스라는 공간이 주는 총체적인 경험을 원하기 때문에 모바일 앱에서도 같은 경험을 제공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