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선사들이 2020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SOx) 규제에 대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선사들은 규제 연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지만, IMO 의지가 확고할 뿐 아니라 대비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게 되자 마지못해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IMO가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는 환경 규제는 공해상에서 선박이 사용하는 연료유의 황산화물 함유량을 기존 3.5% 이하에서 0.5% 이하로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해운 역사상 가장 강력한 규제로 꼽힌다. 글로벌 선사들은 규제에 대응하려면 고유황유보다 50% 가량 비싼 저유황유를 쓰거나 설치비가 50억~100억원 들어가는 스크러버를 설치해야 한다. LNG(액화천연가스)를 연료로 쓰는 방법도 있다.

중국 양산항에 입항 중인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지난달 29일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인도 받은 30만t급 초대형 유조선(VLCC) ‘유니버셜 리더’호에 오염물질 저감장치(스크러버)를 장착했다.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한 VLCC 5척 모두 스크러버가 설치될 예정이다.

현대상선은 2020년 2분기부터 인도되는 2만3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선박 12척과 1만5000TEU급 선박 8척 등 초대형 선박 20척에도 모두 스크러버를 설치하기로 했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선박은 운항 일정, 선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스크러버를 달거나 저유황유를 쓴다는 계획이다.

현대상선을 포함한 글로벌 선사들은 전략적 판단에 따라 대응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변수는 저유황유 가격이다. 지난달 11일 싱가포르 기준으로 황 함유율 3.5% 벙커유 가격은 t당 401달러 수준이지만, 0.1% 이하인 저유황유 가격은 t당 575달러로 43% 가량 비싸다. 관건은 저유황유 가격이다. 규제 시행 이후 저유황유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스크러버 설치를 선택한 선사 입장에서는 값싼 고유황유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저유황유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상대적으로 이익이다.

세계 1위 선사 머스크라인은 저유황유 사용을 원칙으로 하되 일부 선박에 스크러버를 장착하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2위 선사 MSC는 스크러버를 설치하기 위해 프랑스 BNP파리바 등으로부터 자금 4억3900만달러(4400억원)를 조달하기로 했다. MSC는 현재 운항 중인 선박 86척 뿐 아니라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서 건조 중인 선박 11척에 스크러버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MSC 전체 선박 550척 중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선박 비율은 15.6% 수준이다.

일본 선사 NYK는 황 함유율이 0.5% 이하인 저유황유를 활용하기로 하고 실험운항에 나섰다. NYK는 다음 달 중순 자동차 운반선 2척을 대상으로 저유황유 실험운항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일본 선사인 MOL, K라인 등도 올해 상반기 안에 저유황유 운항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CMA‧CGM은 LNG 추진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최근 중국에 발주한 2만2000TEU급 9척은 LNG를 연료로 쓰는 선박으로 건조될 예정이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강화된 환경규제에 맞춰 LNG추진선이 LNG연료를 안전하게 보급 받을 수 있는 충전 인프라 시설을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미 배출규제지역(ECA)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스크러버 도입이나 LNG 연료 선박 건조 등 움직임이 활발하고, 저유황유에 대한 여러 상품도 나오고 있다"며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략적 선택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