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지상에서 35킬로미터(km) 상공의 성층권과 동일한 환경을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됐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기존 기상 관측에 사용하는 장비를 정밀 제어해 일기예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31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에 따르면 이 연구원 고층기상연구팀은 최근 기온, 습도, 기압, 태양복사, 풍속 등 기상요소를 구현한 ‘고층기상 모사 시스템’과 관측장비 온도 교정기술’을 개발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연구팀이 라디오존데 교정을 위한 고층기상모사시스템을 작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규 책임연구원, 양인석 책임연구원, 김성훈 선임기술원.

기온은 기후변화를 직접 알 수 있는 1차 지표다. 지상에서 10~15km 높이까지 공기순환이 일어나는 대류권의 기온은 주로 날씨예보에 활용하고, 대류권 이상의 성층권 관측은 장기 기후변화 감시에 사용한다.

성층권과 같은 고층 기상은 풍선에 기상관측장비인 ‘라디오존데(radiosonde)’를 매달아 관측한다. 라디오존데는 풍선 끝에 매달려 약 35km 상공까지 부유해 기온, 습도, 기압을 측정하는 관측계이다.

이 라디오존데로 성층권을 관측하면 지상과 달리 고층의 바람과 태양 복사 등으로 인해 온도 측정값에 변화가 생긴다. 이는 기후 변화 예측의 정확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나 지상에서는 센서를 제어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KRISS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상에서 성층권과 동일한 환경을 만들고 라디오존데의 온도를 교정하는 기술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우선 대형 챔버에 ‘소닉노즐’과 기압제어장치를 설치하고 원하는 온도와 유속으로 제어된 공기가 흘러가도록 설계했다.

이 소닉노즐은 일정한 속도로 공기를 흘려보내는 일종의 입구가 좁은 관이다. 연구팀은 이 소닉노즐을 도입해 성층권의 일정한 바람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시스템 내에서 라디오존데는 최대 고도 35 km, 최저 기온 섭씨 -70도(℃)까지 교정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라디오존데의 온도 측정 능력을 섭씨 0.1도 수준까지 평가할 수 있는 기술도 구현했다. 이러한 온도 측정기술은 세계기상기구(WMO)를 포함한 세계 다른 국가에서 실현하지 못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이번 고층기상 모사 시스템을 활용하면 향후 지구온난화, 미세먼지 등과 관련한 기상 관측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상용 라디오존데 국가표준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지금까지 해외 제조회사에서 제공하는 라디오존데의 국산화도 가능할 전망이다. 수입에 의존해 온 라디오존데는 태양 복사 온도상승으로 인한 장비 보정 시 국내 측정값이 아닌 해외 제조회사가 제공하는 값을 사용했다.

김용규 KRISS 책임연구원은 "기상청이나 공군 등에서 널리 사용하는 라디오존데를 이제 우리나라 표준에 맞춰 평가할 수 있게 됐다"며 "국내 기상관측의 신뢰도 향상은 물론, 라디오존데 국산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