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은 흔히 중소기업계의 대통령, ‘중통령’으로 불린다. 고용의 약 90%를 담당하는 350만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자리라는 점에서다.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가 2월 28일 치러진다. 이번 회장 선거에는 그 어느 때보다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 중앙회 집행부가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등 현 정부의 반(反) 중소기업 정책에 맞서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차기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할 의사를 밝힌 후보들을 차례로 인터뷰 해, 현재의 중소기업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회장에 당선될 경우 무엇을 할 것인지 들어봤다.

이재광 광명전기 회장.

이재광(60·한국전기에너지산업협동조합 이사장) 광명전기 회장은 1982년 사원으로 입사해 21년 만에 오너가 된 입지전적 기업인이다.

그는 10년간 광명전기에서 제품 생산, 품질관리, 연구개발(R&D) 등 주요 업무를 두루 익혔다. 1992년 전기절연물을 취급하는 회사를 차려 독립했다. 2003년에는 경영난에 빠진 광명전기를 인수했다. 이 회장은 인수 당시 매출 300억원에 불과했던 광명전기를 1000억원대 회사로 성장시켰다.

이 회장은 2월 28일로 예정된 중소기업중앙회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국내 중소기업이 고사 직전인데, 정부는 이런 상황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면서 출마 의지를 밝혔다.

-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이유는.

"중소기업이 어렵다. 내 경험을 살려 그들을 돕고 싶다.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전기 분야 협동조합 이사장,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이 현장과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았다. 중소기업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정부 정책을 이끌어 내야 한다."

- 5년 전 회장 선거에 도전했다 고배를 마셨는데.

"결선에서 떨어졌다. 이후 광명전기 대표와 협동조합 이사장 역할에 충실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현장에 도움이 되는 정부 정책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 현재 중소기업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일감이 없어 회사를 운영하기 어렵다. 경기가 나쁘고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대기업은 위기를 버틸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다. 중소기업이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2007년 폐지된 협동조합의 정부 단체수의계약 제도를 살려야 한다. 정부가 발주하는 공공재 시장에서라도 중소기업이 일을 따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정부 단체수의계약 제도는 조합원간 다툼 등 문제점이 많았는데.

"이 제도는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해 판로가 없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데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조합 회원사들이 서로 규모가 큰 사업을 가져가려고 싸우면서 문제가 드러났다. 문제점을 고치면 된다. 과거 정부 수의계약 제도는 사업 규모가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 기준을 세계무역기구(WTO) 제재를 받지 않는 20만달러(약 2억1000만원)로 제한하면 된다. 이 금액을 넘는 사업은 지금처럼 개별 회사가 경쟁해야 한다. 능력 있는 기업은 스스로 규모가 큰 사업을 수주하고, 지원이 필요한 기업은 5000만원, 1억원 등 소규모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이재광(오른쪽 두 번째) 회장은 2011년부터 4년간 중기중앙회 부회장으로 활동했다. 사진은 2013년 한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 중소기업이 겪는 다른 어려움은.

"중소기업은 제조원가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임금이 오르면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려 한다고 하지만 기업 현장에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일자리는 줄고 있다. 최저임금이 꾸준히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재는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다.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것도 동의한다. 문제는 줄어든 근로시간을 보완하기 위한 탄력근로제도의 단위 기간(현재 최장 3개월)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일에는 납기란 게 있다. 또 성수기, 비수기가 있다. 성수기에 일이 몰리면 밤을 새우더라도 납기일을 맞춰야 한다. 업종마다 납품하는 기간이 다르다. 현행 3개월은 너무 짧다. 업종에 따라 그 기간을 10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해야 한다."

탄력근로 제도는 일이 많을 때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대신 일이 적을 때 근로시간을 줄여 단위 기간 내 평균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관리하는 제도다. 300명 이하 중소기업은 2020년 1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된다.

-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것 같다.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정부와 청와대에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느끼는 제도와 관행을 조사해 개선안을 정부에 건의하는 것은 중기중앙회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그동안 중앙회가 이런 역할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절실함이 부족했다. 많은 중소기업이 고사 직전에 있다. 그들의 의견을 듣고 목소리를 강력하게 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350만 중소기업을 대표해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어야 한다."

- 중소기업에 입사해 오너가 된 비결은.

"직원도 주인정신, 기업가 정신을 가져야 한다. 중소기업에서 일할 때 가장 큰 이점은 빠른 기간에 주요 부서를 거치면서 일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입사할 때부터 10년간 일하다 내 사업을 하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입사한지 딱 10년 후인 1992년 전기절연물을 취급하는 회사를 차려 독립했다. 광명전기에서 쌓은 기술과 노하우가 없었다면 독립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광명전기가 동순천~광양 복선화 구간에 설치한 철도용 친환경 29Kv 가스절연개폐장치(왼쪽 사진)와 군산 세아제강 강관2공장에 설치한 태양광발전시스템.

- 과거 직원으로 일했던 광명전기를 인수했다.

"광명전기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다가 2001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광명전기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인수해 키우고 싶었다. 생산 공장 등을 팔아 인수 자금을 마련해 2003년 인수했다. 연구개발(R&D)을 강화했다. 인수 당시 10명이었던 연구 인력은 현재 26명으로 늘었고, 연구개발 비용도 매출의 3~5%를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생산 제품을 확대하는 동시에 품질을 높일 수 있었다. 광명전기는 인수 당시 발전소에서 전기를 받아 공장, 빌딩 등에 공급하는 전력 시스템인 수배전반이 주력 제품이었다. 현재는 배전자동화단말장치(FRTU), 가스절연개폐장치(GIS), 태양광발전시스템,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제품이 다양하다."

- 중소기업 기능대학을 세운다는 공약을 내놨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중기중앙회 연수원에 중소기업 기능대학을 설립하는 방안을 생각했다. 이론은 물론 현장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중소기업에서 시작해 성공한 사례(인물)가 더 나오려면 교육부터 준비해야 한다. 또 외국인 근로자가 입학할 수 있는 길도 열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