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양을 위한 토건 사업은 벌이지 않겠다던 문재인 정부가 10년 만에 대규모 토목·건설 사업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이하 예타) 면제' 카드를 꺼내 들고 건설 경기 진작에 나선다.

국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되고 건설 경기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꺼낸 고육책이지만, 재정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도입된 예타 제도를 무력하게 만들고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하지 않겠다"던 대선 공약도 뒤집는 선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각 지방자치단체의 숙원 토건 사업을 무더기로 해결해주면서 '선거용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대전을 방문해 지역 경제인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세종~청주 고속도로, 석문국가산단 인입 철도 사업,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조만간 결과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대전과 충청권이 새롭게 발전하고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광역단체별로 공공 인프라 사업을 1건 선정,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겠다"고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다른 정부·여당 고위 관계자들도 연일 '예타 면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는 23일 경제 관계 장관 회의를 마친 뒤 "현행 예타 제도는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예비 타당성 조사는 대형 신규 공공 투자 사업에 착수하기 앞서 경제성과 사업성을 따지는 절차로,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이나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사업 등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은 예외적으로 예타를 면제할 수 있도록 국가재정법에 규정돼 있다.

중앙정부가 이 예외 조항을 활용해 지자체에 예타 면제를 먼저 제안한 것은 4대강 사업을 추진한 2009년 이후 10년 만이다. 정부의 예타 면제 방침에 각 지자체는 총사업비 70조원 규모의 사업 33건에 대해 예타 면제를 신청해놓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를 열고 예타 면제 사업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