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금융공기업들이 소속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올해 주4일제 도입을 공론화한다. 주4일제를 도입하면 은행원뿐 아니라 은행 고객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라 관심이 쏠린다.

금융노조는 22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전국대의원대회를 열고 2019년 사업목표 안건을 의결했다. 금융노조의 올해 사업 목표에는 주4일제 도입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안이 포함됐다. 금융노조는 주4일제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담론 확산 작업도 진행한다. 금융노조는 올해 금융사 경영진으로 구성된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의 교섭 의제로 주4일제 도입을 제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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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조가 주4일제 도입을 명시적으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노조는 지난해 사용자측과의 교섭 의제로 ‘주 40시간 이하, 주5일 이하 근무제도 도입’을 제시했었다. 당시 주4일제라는 명칭이 대중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주 40시간 이하, 주5일 이하 근무제’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노사 교섭에서 주5일 이하 근무는 채택되지 않았다. 그러자 금융노조가 아예 ‘주4일제’로 못박아 공론화 작업에 나선 것이다.

금융노조는 주4일제를 도입하면 과로에 시달리는 은행원들의 근로시간을 줄이고, 은행원을 추가 고용해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은 일자리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며 "지난해 주52시간 시행으로 노동시간 단축의 전환점을 지났다고 본다. 근로시간을 계속 줄여나가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노동단체 가운데 주4일제 제기하는 곳은 금융노조가 처음이다. 다만 제도 도입에 대해 사측은 물론 일반 은행원들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금융노조의 주장대로 주4일제를 도입해 은행 일자리를 늘리려면 임금 삭감이 불가피하다. 제도가 도입되면 임금 20%는 삭감해야 하지만, 노조가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시중은행들이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구조조정을 상시화하는 분위기라 기존 인력의 근로시간을 줄이고 신입 직원을 뽑자는 노조의 요구에 곱지 않은 시선도 적지 않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노조의 주장은 내 근로시간을 줄여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것인데 결국 임금 삭감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며 "회사가 오히려 주4일제를 받아들여 임금을 삭감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