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지난 2016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으로 주목받은 2차원 물질의 자성 상전이 현상을 세계 최초 실험을 통해 규명했다. 이번 실험은 2차원 물질을 차세대 자성 반도체, 스핀전자소재 등 개발에 응용할 수 있는 단초로 평가된다.

2차원 자성 물질은 두께나 높이의 개념이 사라진 2차원 세상에서 낮은 온도와 양자역학의 지배를 받는 이른바 ‘기묘한 물질(Exotic matter)’이다. 이 기묘한 물질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고체, 액체, 기체 등 우리가 기존 알고 있는 물질과 매우 다른 형태를 띤다.

21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따르면 이 기묘한 물질은 자성 상전이 현상을 갖고 있으나 지금까지 이론적으로만 예측돼 왔다. 박제근 기초과학연구원(IBS) 강상관계 물질연구단 부연구단장팀과 정현식 서강대 교수, 박철환 서울대 교수는 이 같은 이론을 실제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국내 연구진이 만든 삼황화린니켈 단일층 구조.

자성 상전이는 주변 쇠붙이를 끌어당기는 자석을 가열해 온도를 높이면 자성을 잃고 보통의 쇠붙이처럼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기묘한 물질의 경우 2차원으로 두께나 높이의 개념을 없애면 자성이 사라지는 경우에 해당한다.

현재 과학계는 이러한 현상을 각 물질에 따라 3가지 분류로 이해한다. 이번 연구는 이 중 ‘X-Y모델’을 사용했다. X-Y모델은 원자 내 전자가 갖는 양자수로 인해 자성이 생긴다는 원자스핀 개념을 적용해 2차원 평면 위에서도 자성이 나타난다는 모델이다.

특히 2016년 노벨 물리학상은 이 X-Y모델에 속하는 물질을 2차원 소재로 제작했을 때 자성 상전이 현상이 사라진다는 ‘KT이론’을 마련한 3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X-Y모델에 따라 실험에 사용할 단원자 두께의 얇은 자성 물질을 구현하기 힘들고, 이 얇은 물질이 갖는 자성을 측정할 만한 실험 장치도 없어 실제 실험으로 입증된 바는 없었다.

이에 따라 국내 연구팀은 여러 겹의 층 구조로 이뤄진 ‘삼황화린니켈(NiPS3)’로 단일 자성 물질을 제작해 실험으로 사실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점착테이프를 반복해 붙였다 떼어내는 과정을 통해 원자 1층 두께의 시료를 확보한 것이다.

이 시료의 자성을 관찰하기 위한 실험도구로는 분자에 빛을 쏴 분자구조에 관한 정보를 얻는 라만 분광법이 사용됐다. 그 결과, 여러 겹일때 삼황화린니켈에서 나타나던 자성 상전이 현상은 단일층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KT이론을 실험으로 증명한 셈이다.

박제근 IBS 부연구단장은 "이론을 실험으로 증명하는 과정에서는 인간이 예측하지 못했던 중요한 발견이 이뤄진다"며 "이번 연구는 2차원 원자층 물질의 자성현상에 대한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한 것으로 향후 자성 반도체, 스핀전자소자 등 개발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