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쌀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 한 해 벼농사를 쉬는 농민에게도 1ha(3000평)당 280만원씩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2019년도 쌀 생산조정제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쌀 생산조정제는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콩·옥수수 등 다른 작물을 재배할 경우 정부가 논 1㏊당 340만원씩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최근 3년간(2016~ 2018년) 국내 쌀 연평균 생산량은 401만t으로 적정 수요량(370만t)을 훨씬 초과한다.

쌀 재고량 증가로 관리 비용도 점점 늘고 있다. 쌀 1만t당 연간 31억원의 관리 비용이 드는데 지난해 쌀 재고량은 144만t에 달한다. 정부는 올해 경우 벼농사를 쉬기만 해도 논 1㏊당 28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2017년 기준 논 1ha당 평균 순수익인 283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부정 수급을 방지하기 위해 최근 3년 중 1년 이상 벼를 경작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에만 신청할 수 있다.

정부가 올해부터 논을 가진 농부가 쌀농사를 짓지 않고 쉬어도 1㏊당 280만원의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쌀이 수요보다 많이 공급되는 것을 막자는 의도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가 보조금까지 줘가며 쌀값을 유지하고 있어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로선 휴경을 유도하는 것이 나중에 과잉 생산된 쌀을 사들이는 것보다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길이다. 논 1㏊당 평균적으로 생산되는 쌀 5t(62.5가마)을 사들이려면 한 가마당 19만원을 기준으로 1200만원 가까운 예산이 든다.

반면 휴경을 실시하면 논 1㏊당 보조금 280만원만 지급하면 된다. 농식품부는 논 1만㏊ 휴경을 유도하는 것을 포함해 올해 벼 재배 면적을 총 5만5000㏊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작년 총재배 면적(73만7673㏊)에서 7.4%가량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작년엔 5만㏊를 목표로 했었다. 사업비 역시 작년(1700억원)보다 10% 늘린 1870억원을 책정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목표치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최종적으로 쌀 생산조정제를 이행한 농가들의 재배 면적은 2만7000㏊로 목표치의 54% 수준에 그쳤다. 정책이 실패한 것은 정부가 농민들에게 벼농사를 짓지 않도록 유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세금으로 쌀값을 지지해주는 모순된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는 쌀값이 떨어지지 않도록 시장에 풀리는 쌀을 대량으로 매입해 시장과 격리시키는 정책을 쓰고 있다. 지난 2017년 쌀값이 한 가마(80㎏)당 12만원대로 폭락하자 정부는 7200억원을 들여 쌀 37만t을 사들였다. 쌀값을 올려 농가 소득을 보전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른 것이다.

이후 쌀값은 급등해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15일 기준 산지 쌀값은 한 가마당 19만3120원으로 작년 같은 때(15만9644원)보다 20.9% 높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종진 박사는 "쌀 값이 워낙 높아 올해도 생산조정제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쌀값이 뛰고 있는데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다른 작물로 갈아탈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지원 단가의 인상과 함께 기반 시설 지원, 기술 개발, 판로 개선 등이 뒷받침돼야 농민 스스로 다른 작물로 옮겨갈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에서도 휴경 시 보조금을 일부 지원하고 있지만 생산량 조정보다는 환경 보전 목적이 크다. 일본의 경우 1971년 처음 쌀 생산조정제를 도입했을 때는 휴경도 지원금 대상에 포함했다. 그러나 1974년부터는 타 작물 재배 시에만 지원금을 지급하다가 2018년엔 생산조정제 자체를 폐지했다.

쌀 변동직불제 역시 농가가 벼 재배를 포기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쌀 변동직불제는 수확기 산지 가격이 목표 가격을 밑돌 경우 둘 사이 차액을 보전해 주는 제도다.

그동안 전체 직불금의 80% 이상이 쌀 종목에 편중돼 쌀 공급 과잉을 유도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는 올해부터 '공익형 직불제'로 직불제 개편을 추진한다. 쌀·밭·조건불리직불 등을 하나의 직불제로 통합하고, 작물·가격에 상관없이 동일 금액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또 소규모 농가에 경영 규모와 관계없이 일정 금액(기본직불금)을 지급하고, 경영 규모가 작을수록 면적당 지급액을 우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