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금융당국 출신 인사의 금융회사 재취업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민간 금융회사의 임원으로 취임한 사람 가운데 한국은행·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4개 기관 출신 인사를 추려 이들의 재취업이 금융회사에 미친 효과를 분석한 것입니다. '금융사가 금융 당국 출신을 고위직으로 영입해 방패막이로 활용하고 있다'는 세간의 인식이 구체적 숫자로 확인될 수 있기 때문에 발표 전부터 금융권의 주목을 받았었습니다.

보고서가 공개된 후 가장 펄쩍 뛴 기관은 금감원이었습니다. 보고서의 핵심 결론이 '금감원 출신이 재취업한 금융사는 첫 3개월간 금융 제재를 받을 확률이 16.4% 감소한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KDI는 "금감원 출신 임원이 취임한 이후의 제재 감소 효과는 주로 현직 감독 실무자와의 인적 관계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내놓았습니다.

반면 한국은행과 기재부, 금융위 등 나머지 3개 기관 출신의 재취업 효과에 대해선 '제재 가능성에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고 해 결과적으로 금감원만 콕 짚어 부당한 유착 관계를 지적한 셈이었습니다. 금감원은 바로 반박 자료를 냈습니다. KDI 보고서는 제재의 경중(輕重)이나 제재 건수를 고려하지 않는 등 지나치게 단면적으로 분석했다는 것입니다.

보고서 내용을 두고 국책연구기관과 금융 당국이 충돌하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입니다. 금융권에서는 '공공기관 신규 지정을 앞두고 금감원이 KDI로부터 한방 제대로 맞은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기재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이달 말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데요.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금감원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예산과 인력에 대해 정부 감독을 받고, 경영평가에 따라 성과급도 깎일 수 있습니다.

KDI 분석대로라면 금융회사와 유착 가능성이 있는 금감원은 공공기관에 지정돼 정부 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결론에 가까워집니다. 이 때문에 금감원에서는 "KDI 보고서는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려는 기재부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반박도 나오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