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업적평가대회 함께 참석…위 "매일 만나고 있다"

1월 19일 오전, 지하철 9호선이 올림픽공원역에 도착하자 열차에 타고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사람들은 서로 반갑게 인사하며 "응원구호 힘차게 외쳐야 하는데 아침을 못먹고 와서 자신이 없다", "4번 출구 앞 만남의 광장에서 모두 기다리고 있다" 등의 대화를 나눴다.

이들은 모두 신한은행 직원들이다. 이날 신한은행은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있는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종합업적평가대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1년간의 영업 성과를 치하하고 격려하는 자리로 1984년부터 35년간 매년 개최된 신한은행의 전통이다. 신한금융그룹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뿐만 아니라 1만3000명의 신한은행 임직원이 참석한다. 행사가 끝나면 모두 끼리끼리 모여 회식을 하는데, 인근 지역 식당은 빈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다.

19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 체조공원에서 열린 신한은행 ‘종합업적평가대회’에서 지난해 입사한 신입 행원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는 전 직원의 참석이 당연했지만, 지난해부터 주52시간 제도를 시행하면서 ‘자율 참석’으로 변경됐다. 참석율이 저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날 현장은 수많은 직원들과 함께 온 가족들로 붐볐다. 신한은행 측은 약 1만명 가량이 참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올림픽 체조경기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지난해 입사한 신입 행원들이 양 옆으로 서서 ‘선배’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패딩점퍼와 활동복을 맞춰 입은 이들은 가수 싸이의 ‘챔피언’ 등의 노래에 맞춰 응원가를 불렀다. 신한은행 직원들은 신입행원 사이를 지나가야 행사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신입 행원들의 열렬한 환영에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었다. 직원들은 1시에 시작하는 본 행사에 앞서 체조경기장 앞에 마련된 음식 부스에서 떡볶이, 붕어빵, 타코야끼 등을 먹고 다트, 농구 게임 등을 즐겼다. 한 직원은 "귀찮아서 안올까 하다가 왔는데, 오길 잘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12시가 되자 위성호 행장과 진옥동 행장 내정자가 임원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위 행장이 앞서 걸으면 진 내정자가 그 뒤를 따랐다. 이들은 각 부스를 돌며 행사장을 구경했는데, 체조경기장 입구에서 선배들을 맞이하던 신입행원들의 응원을 특히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진 내정자는 신입 행원의 응원을 진두지휘하는 응원단장을 가리키며 "저 친구는 누구냐"고 놀라워하기도 했다. 위 행장은 신입 행원들에게 "업적평가는 처음이죠? 환영합니다"라고 큰 소리로 인사했다. 양 손을 번쩍 들어 하트를 그리며 "사랑합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가운데)과 진옥동 신한은행장 내정자(왼쪽)가 19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 체조공원에서 열린 신한은행 ‘종합업적평가대회’에 참석해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위 행장과 진 내정자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12월 세대교체 인사 이후 처음이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자회사 사장단 인사에서 위 행장을 전격 교체하자 위 행장은 "이해할 수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내년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은행장으로 정식 선임되는 진 내정자는 현재 위 행장에게 인수인계를 받고 있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불편한 동거’라는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위 행장과 진 내정자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지속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위 행장은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수인계는 잘 진행 중"이라며 "매일 (진 내정자와)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업무평가대회에 함께 오는 것도) 인수인계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위 행장은 "행장 내정자는 일본에서만 18년간 근무한 탓에 국내 영업 경력이 없다. 인수인계에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인수인계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신한은행은 오는 23일 상반기 정기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안팎에서는 위 행장과 진 내정자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역시 행사에 참석해 직원들을 격려하기로 예정돼 있지만, 사전 행사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