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요? 공유경제요? 서울과 같이 교통 인프라가 발달한 지역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요? 면허도 없이! 카카오 카풀 반대 총파업에 참여할 겁니다. 두고 보십시오. "

지난 해 12월 만난 택시 기사가 핏대를 올리며 논리정연하게 말을 이어갔다. 하루 16시간 꼬박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이 월 200만~250만원 수준인데 시급으로 따지면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마디로 4차 산업 혁명을 일으킬 다른 많은 분야를 두고 왜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로 택시 운전사의 밥그릇부터 빼앗냐는 것이었다. 분신자살, 반대 집회, 총파업으로 이어진 택시업계의 반발에 카카오도 ‘일단 항복’을 선언했다. 지난 18일 이 회사는 카풀 서비스를 중단했다.

나는 오랫동안 기술 분야를 취재해 왔기 때문에 기술 기업에 친화적인 편이다. 심지어 우버 모델을 신문 한 개면에 발 빠르게 소개한 장본인이다. 하지만, 나는 운전 기사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항거하는 운명이 곧 우리 대다수의 일이 될 것이라는 자명한 미래 때문이었다.

기술의 발달로 현재 직업군의 60~80%는 사라진다. 원격 진료의 ‘원’ 자도 꺼내지 못하게 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과 택시 기사들의 파업은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쾌도난마’ ‘일괄 타결’은 없다. 숙의하고 타협하는 진지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미래 사회의 나침반을 만든다는 각오로 엄숙하게 임해야 한다. ‘임시 처방’ ‘대증 요법’은 있어서는 안 된다.

엉킨 실타래를 푸는 첫 작업은 이해관계자와 정부가 운수 업계에 일어날 ’자명한 일’을 적어보고 이에 따라 ‘고려해 볼 일’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해 보는 것이야 한다. 다음은 관찰자 입장에서 기자가 정리한 목록이다.

먼저, 자명한 일. 첫째, 운명의 잔인함이다. 총파업을 하고 분신 자살을 기도한다고 해서 운명의 방향은 바뀌지 않는다. 공유경제에 이어 자율주행 태풍까지 온다. 둘째, 그렇다고 밥 그릇을 빼앗기는 것을 반길 사람은 없다. 오히려 결사항전을 외칠 것이다. 셋째, 시민들은 언제 어디서나 손쉽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좋아한다.

다음은 고려해 볼 일이다. 우선, 카카오는 택시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중개 역할만 하겠다는 ‘플랫폼 도그마’에서 빠져 나올 필요가 있다. 카카오와 택시 기사의 이해 관계를 일치시킬 수 있는 좀더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가령, 택시 기사들이 카카오 모빌리티의 의결권 없는 주식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해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보상을 통해 특정 행동을 강화하는 ‘토큰 이코노미’도 이론적으로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카카오의 다른 O2O(온오프라인 연계)사업도 골목 상권과 부딪혀 수년 동안 한발짝도 진화하지 못했다. 카카오의 다른 미래 먹거리를 위해서라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자율주행 시대까지 내다보고 택시 산업 구조조정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서울에만 200개가 넘는 택시 사업장이 있다. 혁신을 하는 사업장에는 인센티브를 줘 규모의 경제를 이루도록 돕고 불친철한 서비스를 일 삼는 사업장은 과감하게 철퇴되거나 낙오되도록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가령 사납금을 폐지하거나 줄이는 사업장에게 인센티브를 주면 어떤가.

정부가 택시 요금을 관리하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 사납금을 채워야 하는 택시 기사가 사람들이 몰리는 피크 타임에 짧은 거리의 손님을 받을 수 있겠는가. 피크 타임에도 짧은 거리 손님을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를 택시 요금제에 녹여 내야 한다.

택시 운전 기사들은 단골을 만드는 일을 시작해 보면 좋다. 강동구에서 만난 한 택시 기사는 160명의 단골 손님을 휴대폰에 저장하고 있었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손님, 아침 일찍 출근하거나 밤 늦게 귀가하는 손님들이 이 택시 기사를 믿고 직접 전화를 걸어 택시를 부른다. 택시 기사들이 사업장과 플랫폼에 좌지우지되지 않으려면 단골을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택시 사업은 전형적인 익명 비즈니스였다. 택시 운전 기사들이 불친절하거나 술 취한 손님들이 무례한 언행을 일삼는 이유 중 하나는 우연히 마주친 상대방을 다시는 안 볼 것이라는 얄팍한 셈법 때문이다. 이 관행을 조금만 바꿔도 불친절, 미스매치, 승차거부 등 택시 산업의 고질적인 병폐들이 해결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정부 예산의 직접 지원을 통한 택시 기사 월급제다. 임금 보전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택시 산업의 모순을 고착화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자율 주행 차량 시대를 상상해보라. 미래에 불필요한 사회적 짐을 키우는 일이다.

한번에 문제를 해결하려고 과욕은 벌이지 말자. 문제를 덮어둬서도 안된다. 경착륙을 부른다. 연착륙이 중요하다. 택시업계와 카카오의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당사자들만의 이해 관계를 푸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술이 촉발한 일자리 갈등을 해결하는 절차 그 자체가 우리 사회의 자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