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도 미세먼지가 원인이라는 연구결과가 처음으로 제시됐다.

심방세동은 맥박이 불규칙적으로 아주 빠르게 뛰는 부정맥질환 중 하나로, 뇌졸중과 심부전 위험을 높인다. 보통 안정 시 정상 맥박은 1분에 60∼100회지만 심방세동이 있으면 140회 이상으로 급상승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정보영·김인수 교수팀은 2009∼2013년 사이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을 받은 18세 이상 남녀 43만2587명을 대상으로 평균 3년 이상 미세먼지와 심방세동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정보영(왼쪽)·김인수 교수.

연구 대상자들은 건강검진 시행 이전에 심방세동 진단을 받았던 과거 병력이 없었다. 조사 기간 연구 대상자의 1.3%가 새롭게 심방세동으로 진단됐는데, 연구팀은 이에 대한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의 영향을 각각 살폈다.

이 결과 초미세먼지가 10㎍/㎥ 증가하면 심방세동 환자가 17.9% 증가했다. 마찬가지로 미세먼지도 10㎍/㎥ 증가하면 심방세동 환자가 3.4% 늘어났지만, 초미세먼지보다는 영향이 적었다. 이러한 경향은 남성보다 여성일수록, 60세 미만보다 60세 이상의 고령일수록 더 컸다.

이번 연구에서는 초미세먼지, 미세먼지와 함께 아황산가스(SO2), 이산화질소(NO2), 일산화탄소(Co) 등도 심방세동 발생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연구를 이끈 정보영 교수는 "장기간의 초미세먼지 노출이 심방세동의 발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대규모 일반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며 "특히 건강한 성인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평소 미세먼지 노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심장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Cardiology) 온라인판에 실렸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떠다니거나 흩날려 내려오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먼지 입자를 말한다. 화석연료를 태울 때나 공장·자동차 등 배출가스에서 많이 발생한다. 미세 먼지를 이루는 성분은 일반적으로 대기오염 물질이 공기 중 반응해 형성된 덩어리(황산염·질산염 등)와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류와 지표면 흙먼지 등으로 구성된다.

미세 먼지는 숨을 쉴 때 호흡 기관을 통해 들어가 폐 속으로 침투해 폐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면역 기능을 떨어뜨리는 등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미세 먼지 중 입자의 지름이 10 ㎛ 이하의 먼지를 '미세 먼지(PM10)', 지름 2.5㎛ 이하의 먼지를 '초미세 먼지(PM2.5)'라고 부른다. 마이크로미터(㎛)는 100만분의 1미터(m) 단위로 머리카락의 지름이 60㎛ 안팎이다.

☞농도 단위 ㎍/㎥

미세먼지 농도는 공기 1㎥ 중 미세 먼지의 무게를 나타내는 ㎍/㎥ 단위로 표시한다. 마이크로그램(㎍)은 100만분의 1g을 의미하는 단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