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서 정체기로 접어든다는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애플 같은 주요 스마트폰업체들의 스마트폰 부문 사업 실적·전망치도 낮아지면서 예측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 반면 중소 스마트폰업체들의 약진이 눈에 띄고 있다. 메이저 업체들이 주춤한 사이 중저가폰으로 틈새를 공략하는 모양새다. 중소 스마트폰업체가 국내 스마트폰산업과 자급제폰 시장도 키울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휴대폰유통업체 ‘착한텔레콤’이 2019년 선보일 스카이 브랜드 폴더폰.

18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 등으로 세계 스마트폰 생산량 감소가 최대 5%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스마트폰 기능 상향 평준화로 휴대폰 교체이유가 없어지고 교체주기가 늦어지면서 스마트폰산업 전망이 어두울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애플 같은 주요 스마트폰업체들의 실적도 좋지 않다.

반면 중소 스마트폰업체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휴대폰유통업체 ‘착한텔레콤’은 팬택의 ‘스카이’ 브랜드 독점 사용권을 따냈다. 올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중국을 포함한 해외에서 스카이 브랜드 스마트폰 1종·폴더폰 1종을 양산해 국내에 판매할 계획이다.

중소 스마트폰업체 ‘씨모바일’의 경우 2019년 상반기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 2.8인치 폴더폰과 5인치 보급형 스마트폰을 포함해 총 300만대를 수출할 계획이다. 저소득층 지원에 쓰이는 보급형 단말기다. 원래는 중국 ‘ZTE’의 몫이었지만, 미·중무역전쟁 후폭풍으로 밀려나면서 씨모바일이 기회를 잡았다. 향후 자본금이 쌓이면 국내 시장에도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처럼 중소 스마트폰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국내 자급제폰 시장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착한텔레콤도 스카이 스마트폰·폴더폰을 11번가 같은 온라인커머스를 활용해 자급제폰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자급제폰은 통신사와의 계약에 얽매이지 않고 전자제품 매장에서 공기계 형태로 구매할 수 있는 휴대폰을 말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의 자료를 보면 2017년 기준 한국 휴대폰 시장 내 자급제폰 비율은 약 8%다. 2018년에는 10%가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자급제폰을 출시하고 있고 반응도 좋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출시된 ‘갤럭시S9’ 같은 프리미엄 스마트폰뿐 아니라 ‘갤럭시 A7’·‘갤럭시 J7’ 같은 중저가 스마트폰도 자급제폰으로 출시했다. LG전자도 ‘V35 씽큐’ 같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자급제폰으로 지난해 7월 출시했다. 올해에도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을 포함해 중저가 스마트폰도 자급제폰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네이버도 온라인커머스 ‘스마트스토어’에서 휴대폰 항목을 새로 만들었다. 휴대폰 판매업자 누구나 휴대폰을 판매할 수 있다. 스마트스토어는 입점·등록·판매 수수료가 무료다. 이에 타 온라인커머스와의 경쟁을 유도해 국내 자급제폰 시장을 활발하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화웨이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20 프로’.

경쟁 유도를 통한 경쟁력 확보는 중국 시장을 보면 알 수 있다. 2017년 기준 중국의 휴대폰 시장 내 자급제폰 비율은 72%다. 2018년에는 80% 가까이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급제폰 비율이 높아 경쟁이 치열한 중국의 경우 한 달에 한 번 꼴로 신형 스마트폰이 나올 정도다. 화웨이·샤오미뿐 아니라 오포·비보 같은 업체들도 엎치락뒤치락하며 점유율 확대 싸움을 하고 있다. 저렴하면서 프리미엄급 성능을 가진 스마트폰이 나올 수 있는 이유다. 이처럼 중소 스마트폰업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 국내 시장에도 경쟁 체제가 만들어진다. 이에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좋은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게 통신업계 주장이다.

박종일 착한텔레콤 대표는 "중국을 한 달에 한 번 정도 방문하는 데 매번 신형 스마트폰이 나올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며 "경쟁이 치열하면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결국 성능이 좋고 가격도 저렴한 폰이 나오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활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유통업계는 자급제폰이 나오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정확한 정책과 안내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책과 안내 가이드가 없다면 자급제폰 시장의 성장이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박대학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부회장은 "자급제폰이 나오고 활발해지는 건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정확한 안내 가이드도 없고 적극적인 정부의 관심이 없다면 출혈 경쟁으로 인해 다수의 판매자들이 무너지게 될 것이다. 적절한 정책과 정부의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