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 속에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는 일본에서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펀드가 꾸준한 수익률을 내고 있다. 기업의 사무실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호텔·리조트도 호황이다. 글로벌 주식시장 변동성이 높은 요즘,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리츠 연 수익률 8% 육박

리츠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을 매입·개발한 뒤 발생하는 임대 수익과 매각 차익을 배당으로 나눠주는 부동산 투자회사다. 일본 리츠는 주로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 사무용 빌딩, 물류창고, 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고, 일본 리츠 펀드는 도쿄 증시에 상장된 리츠회사 주식에 투자해 수익을 낸다. 이익의 90% 이상을 배당으로 배분한다는 점도 일본 리츠의 강점이다. 기대 배당수익률은 연 4%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일본 리츠 펀드에 재간접하는 형태로 펀드를 판매한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일본 리츠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평균 7.93%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출시된 '한화JapanREITs부동산투자신탁 1(C1)'은 1년 새 8.1% 수익을 올렸다. '삼성Japan Property부동산투자신탁'은 8.09%, '삼성J-REITs부동산투자신탁 1(A)'는 7.29%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18.89%)와 해외 주식형 펀드(-16.43%)에 비하면 매우 우수한 성과를 냈다.

해외 선진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 중에서도 일본 리츠가 돋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런던증권거래소가 공동으로 산출하는 FTSE글로벌리츠 지수에 따르면, 일본 리츠지수는 1년 새 10.91%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미국이 10.2%로 그 뒤를 따르고 있고 캐나다 4.52%, 호주 0.56% 등이다.

◇"2020년까지 일본 리츠 호황 이어질 것"

안정적인 경제 성장률과 낮은 물가 상승률 등 일본의 골디락스(Goldilocks) 경제 상황이 일본 리츠의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경제는 2015년 이후 대기업 및 제조업 이익 개선세를 바탕으로 최근 완전 고용(지난해 실업률 2.4%) 상태에 도달했다. 국내총생산(GDP)은 7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덕분에 일본 부동산 시장은 역대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가늠자인 도쿄 오피스 공실률은 지난달 1.98%로 역사상 최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도쿄 5개 중심구의 월 임대료는 매달 0.4~0.5% 이상 올라 현재 평당 2만엔을 웃도는 상황이다. 경기 회복으로 사무실을 늘리려는 기업은 많아진 반면 도심 내 오피스 공급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경기 회복세를 지속하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것 역시 리츠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일본 은행은 물가 상승률 2%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2016년부터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리츠 수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임대료는 꾸준히 오르고 있는 반면, 부동산 투자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드는 비용은 낮기 때문에 수익성이 좋아진다는 분석이다.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일본 리츠 호황은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3년간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지난 한 해 동안 외국인 3100만 명이 일본을 찾아 도쿄지역 호텔 객실 가동률이 약 85%까지 올라서는 등 호텔·리조트 수요가 급증했고 덩달아 리츠 가치도 상승하고 있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쿄 중심의 오피스, 호텔, 리테일 부동산은 올림픽 개최 수혜를 직접적으로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며 "도쿄의 핵심 지역 자산을 보유해 실적 성장이 가능한 리츠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