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073240)의 광주공장 이전을 위한 업무제휴 협약식이 노조와의 마찰로 지연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광주광역시가 사전 합의 없이 금호타이어를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시키려다 노조의 반발을 산 것이다.

광주시와 금호타이어 노사 관계자들이 협약식을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 네번째부터 전대진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부사장,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조삼수 금호타이어 대표지회장

16일 타이어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노사와 미래에셋대우, 광주시는 오전 11시 광주시청에서 광주공장 부지 도시계획 변경과 공장 이전을 위한 협약식을 체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1시 30분을 넘을 때까지 협약식은 시작되지 못했다. 광주시가 협약서에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문구를 넣으려고 한 데 대해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시간이 지연된 것이다. 급기야 노조 관계자는 회의를 진행하던 광주시장 집무실을 중간에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광주시는 당초 금호타이어에 "함께 회사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자"는 명분을 들어 협약식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러나 협약식을 앞두고 돌연 "광주형 일자리를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을 협약서 문구에 넣어야 한다"고 통보했다.

민주노총에 소속된 금호타이어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지자체와 기업이 연계해 임금을 낮추는 대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사업이다. 민주노총은 이 사업이 근로자의 임금 수준과 고용의 질을 저하시킨다며 줄곧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앞서 지난해 현대자동차역시 광주형 일자리 사업 참여를 검토했지만, 역시 민주노총에 속한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큰 진통을 겪기도 했다. 현대차의 광주형 일자리 사업 참여는 노조의 반대와 광주시와의 입장 차 등으로 인해 아직도 결론이 나지 못한 상태다.

이날 금호타이어 공장 이전 협약식은 결국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문서에서 광주형 일자리 관련 문구를 모두 삭제하기로 약속하면서 12시가 가까워서야 간신히 마무리됐다. 이날 체결식 현장에는 ‘광주형 일자리 추진’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릴 예정이었지만, 이마저도 모두 철거됐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기대했던 현대차의 사업 참여가 어려워지면서 광주시가 ‘무리수’를 둔 것 같다"며 "지자체의 섣부른 ‘실적 보여주기’ 욕심이 기업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금호타이어는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광주공장 부지의 체계적인 개발계획 수립과 효율적인 수익 재투자 등에 나서기로 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주로 부동산 개발과 자산 매각과 관리 등을 위한 재무적 컨설팅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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