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나 PC 메신저를 통해 고객과 대화를 나누는 인공지능(AI) 챗봇(채팅 로봇) 서비스가 똑똑해지고 있다. 기존 챗봇 서비스는 기업 온라인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응용 프로그램)에 적용돼 교환이나 환불, 요금 안내처럼 간단한 질문에 응답하는 수준이었던 반면 새로 등장하는 챗봇 서비스는 AI가 친구처럼 채팅방에서 같이 퀴즈를 풀며 영화를 추천하고 심지어 연애 상담까지 해준다. 사진을 보여주면 사진에 나온 옷을 어디서 구매할 수 있는지 찾아서 알려주기도 한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언어를 분석하고 학습하는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맞춤 서비스가 가능해졌다"며 "스마트폰 메신저가 보편화되고 AI 스피커 보급도 확산되면서 인공지능 기반의 대화형 서비스가 빠르게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똑똑해진 챗봇 서비스

챗봇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띵스플로우는 15일 모바일 챗봇 서비스 '헬로우봇'의 누적 사용자 수가 135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출시 이후 1년도 안 돼 거둔 성과다.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면 다양한 AI 챗봇들이 대화창에서 채팅을 하면서 연애를 상담하거나 성격과 심리 테스트를 해준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누군가가 나한테 관심이 있다"고 말하면 챗봇은 "없지는 않은 것 같아. 네 진심을 다하면 후회가 없을 거야"라고 말하며 대화를 이어간다. 사용자가 다른 사람 욕을 하면 맞장구치며 같이 욕을 해주기도 한다. 지난 11개월간 사용자와 챗봇이 주고받은 메시지는 3.3억 건이다. AI가 수억 건의 대화를 학습해 말의 의미를 파악하고 문자와 이모티콘(감정을 표현하는 그림문자)을 조합해 대화한다.

챗봇 스타트업 꿈많은청년들은 영화 퀴즈를 함께 풀거나 운세를 알려주는 챗봇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영화 관련 서비스를 위해 지난해 10월 영화 정보 사이트 맥스무비와 제휴를 맺었다. 이 회사의 챗봇 '무무'의 토끼 캐릭터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 메신저를 통해 사용자와 함께 영화 퀴즈를 풀면서 영화 정보를 소개하고 예매까지 돕는다. 또 다른 챗봇 서비스 '운세봇'은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대화창에 생년월일을 입력하면 점성술사 캐릭터가 그날의 운세 정보를 알려준다. 이 회사는 30만명 이용자로부터 수집한 1400만 건 이상의 대화를 챗봇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다.

패션을부탁해는 지난달 온라인 의류 쇼핑몰 스타일쉐어와 함께 사진에 나온 옷을 찾아주는 챗봇 서비스 '모냥'을 출시했다.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면 고양이가 친구처럼 "찾고 싶은 옷이 무엇이냐. 사진을 보내달라"고 말을 건다. 채팅 창에 사진을 올리면 30만 개 상품 정보 빅데이터를 분석해 원하는 상품을 찾아주거나 비슷한 상품을 알려준다.

기술 발달로 감성 입히고 개인 맞춤 서비스

챗봇 서비스는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글자 정보를 제공하는 데에서 나아가 또래 친구와 대화하듯 편하고 친근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개인화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챗봇 캐릭터들은 저마다 고유한 이름과 말투를 갖고 있다. 예컨대 챗봇 서비스 헬로우봇의 동물 라마 캐릭터는 친근한 말투를 쓰는 반면, 호박 캐릭터는 딱딱한 말투를 구사한다. 띵스플로우 관계자는 "20만 개 단어를 각 챗봇 캐릭터의 고유 말투로 변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또 챗봇 업체들은 사용자가 말한 문장에서 '화난다' '즐겁다'와 같은 단어를 분석해 감정을 파악하는 기술도 적용하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 감정 상태를 점수로 매겨 챗봇이 상황에 맞는 이모티콘과 말투를 사용하게 해 진짜 친구처럼 AI를 생각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성 인식 기술이 발전하면서 문자 소통을 넘어 말로 대화하는 챗봇 서비스도 늘어날 전망이다. NH농협은행은 문자를 입력해야 했던 기존 챗봇보다 편리하게 음성으로 금융 상담을 할 수 있는 'AI 콜봇' 서비스를 지난달 국내 은행권 최초로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