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자산 375조원 규모의 우리금융지주가 14일 공식 출범했다. 2014년 11월 은행 체제로 바뀐 지 4년 2개월 만에 다시 금융지주 체제로 복귀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권은 KB·신한·NH·하나·우리(자산 순) 등 5대 금융지주 시대를 열게 됐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2~3년 내에 1등 금융 그룹으로 올라서겠다"고 했다. 손 회장은 우리은행이 우리금융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8%에 달하는 점을 감안, 발 빠르게 인수·합병(M&A)에 나서 금융지주 체제를 갖추고 해외 진출도 활발히 하는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2~3년 내 1등 금융 그룹"

손태승 회장은 60년 전 황금돼지해인 1959년에 태어났다.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맞이하는 기해년(己亥年)에 그가 앞세우는 핵심 키워드는 '1등'이다. 이날 오전 우리금융지주 출범식에서 손 회장은 "대한민국 1등 종합 금융 그룹이자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강자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신년사를 통해 제시한 사자성어 '정익구정(精益求精)'도 '최고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뜻이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우리금융지주 출범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손 회장은“올해 인수·합병에 본격적으로 나서 2~3년 내에 1등 금융그룹이 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오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손 회장은 1등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2~3년'이라고 콕 찍었다.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크고 작은 금융회사 인수·합병에 나서면 내년부터 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자신감이다.

손 회장은 "최근 자산운용사, 부동산 신탁사, 저축은행 등을 먼저 인수 대상으로 살펴보고 있다"면서 "규모가 작은 금융회사는 직접 인수하고 향후 증권사같이 규모가 큰 회사는 다른 회사와 공동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 보험사 인수는 적정 자본을 갖춰야 하는 문제가 있어 장기 과제로 추진한다.

현재 주력인 은행·카드 외에 증권·자산운용·부동산 신탁 등의 금융회사가 우리금융지주 체제에 편입되면 우리은행 고객 입장에서는 종전보다 다양한 금융 상품을 더 유리한 조건으로 이용할 기회를 갖게 될 전망이다.

"이자 장사 말고 다른 걸로 수익 내야"

손태승 회장은 직원들에게 "이자 수익 말고 다른 곳에서 수익을 내 1등이 되자"고 독려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부동산 규제 등으로, 이자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성장하는 것은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대신 손 회장이 이날 제시한 4가지 미래 성장 동력은 '글로벌, 디지털, 자산 관리, 기업투자금융(CIB)'이었다. 이자로 돈을 버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순이익 측면에서 금융 그룹 1등을 하겠다는 게 손 회장 생각"이라며 "성장 동력 분야에서는 우수 인력을 적극 배치하거나 외부에서 스카우트해 오고, 직원들이 전문성을 쌓을 수 있도록 순환 근무 대신 장기간 근무토록 하는 등 구조 개편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글로벌 전략은 손 회장의 전공 분야다. 작년 말 우리은행장 취임 전 3년여간 글로벌 사업본부장과 글로벌 부문장을 거치며 우리은행의 해외 진출을 진두지휘한 경험이 있다. 손 회장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현지 금융회사 인수·합병도 고려하는 등 해외 진출도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