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의 한 식당. 약 70㎡ 크기의 식당에는 점심 식사를 하러 온 손님들이 북적였지만 주문을 받는 종업원은 없었다. 손님들은 직접 스마트폰으로 식탁 위에 붙여진 QR코드를 찍어 이 식당의 '샤오청쉬(小程序·미니앱)'를 통해 음식을 주문했다. 이 식당 종업원은 "미니앱 쓰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종이 메뉴판은 거의 쓸 일이 없게 됐다"며 "결제도 미니앱에서 한 번에 끝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오후 6시 중국 선전시 지하철 푸톈커우안(福田口岸)역 매표기기 앞에는 퇴근시간임에도 현금으로 표를 구매하는 고객이 별로 없었다. 매표기 위에는‘잔돈이 없나요? 위챗 미니앱으로 탑승 QR코드를 얻으세요’라는 광고판이 설치돼 있었다. 승객들은 스마트폰으로 위챗에 있는 지하철 미니앱을 열고 승차료를 지불한 뒤 개찰구에서 QR코드를 찍고 통과한다.

중국이 앱 장터에서 별도로 앱을 다운받지 않아도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미니앱' 왕국으로 변하고 있다. 식당부터 쇼핑, 택시 호출, 공과금 납부에 이르는 온·오프라인 서비스를 미니앱으로 이용할 수 있다. 미니앱은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가 2017년 1월 자사 메신저 앱 '위챗'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IT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애플·구글 앱 대신에 중국 토종의 미니앱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이면 미니앱만 1400만개

9일 광저우시 바오리 세계무역박람관에서 열린 '위챗 오픈 클래스'에서 장샤오룽(張小龍) 텐센트 부총재는 "위챗 미니앱의 수는 2년 만에 100만개를 돌파했다"며 "앞으로 중국 앱 시장은 완전히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위챗 등 중국 IT(정보기술) 기업들이 지난해까지 2년간 내놓은 미니앱 수(약 200만개)는 애플의 앱스토어가 유통하고 있는 앱(약 300만개)의 67%에 달한다. 텐센트에 이어 알리바바·바이두와 같은 인터넷 공룡들이 미니앱 플랫폼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2020년 중국 미니앱 수는 1400만개로 성장할 전망이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9월 자사 간편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에 미니앱 기능을 새롭게 추가했다.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에 따르면 현재 알리페이에는 공과금 납부, 공유자전거, 대출 등 미니앱 수가 8만개를 넘어섰고 일일 이용자 수는 1억7000만명에 달한다. 중국 최대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는 지난해 12월 '스마트 미니앱' 기능을 선보이며 바이두의 미니앱을 인기 동영상 앱 '아이치이', 여행앱 '씨트립'을 비롯한 12개의 주요 앱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에 맞서는 '연합군'을 형성한 것. 전 세계 유니콘 중에서 기업 가치 1위인 동영상 스타트업 바이트댄스도 지난해 9월 자사가 운영하는 뉴스앱 '진르터우탸오'에서 미니앱 기능을 선보이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화웨이·샤오미·오포 등 중국 10개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공동 미니앱인 '퀵앱(quickapp)'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구글·애플에 맞서 앱 시장 주도권 경쟁

중국 IT기업들이 미니앱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자사 간편결제를 확산시키고 새로운 수입원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이용자들은 위챗 앱 하나에만 가입하면 맥도날드·스타벅스와 같은 수백만개 앱을 별도로 다운로드받을 필요없이 위챗으로 온·오프라인 상점에서 결제할 수 있어 편리하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또 자사의 미니앱에서 결제할 때 각각 위챗페이와 알리페이만 사용할 수 있게 강제하고 있다. 이 덕분에 위챗의 경우 지난 6개월간 미니앱을 통한 위챗페이 거래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위챗페이의 사용자 수도 8억명을 돌파했다. 여기에 미니앱이 기존의 앱보다 사용이 편해 구매율이 높아지는 장점도 있다. 알리페이에 따르면 알리페이에 있는 쇼핑몰 미니앱을 사용했을 때 고객들의 구매율은 개별 앱을 사용할 때보다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은 미니앱 전략을 통해 자국 내 앱 시장을 장악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분석한다. 현재 구글의 앱 장터인 구글플레이는 중국 정부에 의해 차단됐지만 애플 앱스토어는 중국 수수료 매출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황이다. 중국인들이 애플 유료 앱을 이용할수록 애플이 많은 돈을 버는 것이다. 위챗 관계자는 "미니앱이 우리의 자체 페이 확산을 도울 뿐 아니라 광고 수익도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샤오청쉬(小程序·미니앱)

스마트폰 앱(응용 프로그램)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뜻한다. 기존 앱처럼 앱 장터에서 내려받을 필요 없이 앱 속에서 새로운 페이지가 열리는 식으로 작동한다. 예컨대 한국에서 맥도날드를 주문하려면 맥도날드 앱을 새로 내려받아야 하지만, 중국에서는 위챗·알리페이 같은 앱에서 맥도날드를 찾아 주문을 넣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