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골절 환자들을 대상으로 3D프린팅 기술을 적용해 개인 맞춤형 수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은 골절 수술 후 뼈가 제대로 안 붙거나 골수에 염증이 생기는 등 합병증이 발생한 환자들을 주 대상으로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환자 맞춤형 수술을 하고 있다.

기존에는 골절 수술 후 합병증이 발생한 환자들은 기존의 금속 플레이트가 맞지 않아 수술 현장에서 집도의가 직접 손으로 금속판을 휘어서 수술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탓에 수술 시간이 늘어나고, 수술 후에도 환자 몸에 맞지 않는 경우 재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오종건 고대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골절 수술 후 합병증이 발생한 환자들은 수차례 반복된 수술로 인해 뼈 모양이 정상과 다르고 골절 부위(불유합·부정유합)의 형태가 매우 복잡해 기존 해부학적 금속판이 맞지 않아 수술 난이도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고관절뼈(대퇴경부·전자하부)분쇄 골절로 수술을 받은 뒤 변형·불유합이 발생한 환자의 실제 뼈 모양과 똑같은 모양의 인공뼈(대퇴골)를 3D 프린팅으로 출력하고, 환자 맞춤형 교정 수술용 가이드를 3D 프린팅으로 제작해 시연하는 모습.

하지만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보다 편리하게 수술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환자 개개인의 CT·MRI 영상데이터를 기반으로 폴리머 소재를 이용해 실제 환자의 뼈 모양과 크기로 프린팅할 수 있다. 수술 전 미리 환자 뼈 모양에 맞춰 금속 플레이트 윤곽을 형성해 준비할 수 있다. 그 덕에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는 ‘최소 침습 수술’을 할 수 있고, 수술 시간과 출혈량 및 수술 중 방사선 노출량을 현격히 줄일 수 있다.

실제 4년 전 중국에서 골절접합 수술 후 재수술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환자의 경우, 다리가 휘고 짧으며 살이 부족해 다른 곳 살을 떼서 잇는 ‘피판수술’과 외고정기를 이용해 뼈를 연장하는 수술인 ‘일리자로프 수술(ilizarov treatment)’을 받아야 했다.

일반적으로 일리자로프 수술 후 외고정장치를 평균 6개월 정도는 차고 있어야 하지만,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수술하면서 뼈부위에 핀을 박는 수술을 진행해 외고정장치를 차는 시간 6개월을 단축할 수 있었다.

또다른 환자의 경우, 대퇴부(넓적다리) 수술을 위해 나사못으로 고정하기 위해 정교한 작업이 필요했다. 이에 CT영상으로 찍은 환자 대퇴부를 3D프린터로 출력하고, 가이드핀 삽입을 위한 수술용 가이드를 제작했다. 수술용 가이드는 환자 환부에 수술용 가이드핀 각도와 깊이를 정확하게 삽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술용 보조장치이다.

환자에게 적용된 가이드는 생체적합 소재로 만들어져 수술부위를 절개해 삽입한 뒤 수술해도 인체에 무해하도록 제작됐다. 그 결과, 수술부위에 가이드핀이 정확하게 삽입돼 빠른 시간 내 수술이 이뤄졌다.

오 교수는 " 3D 프린팅 기술이 난치성 골절 합병증 환자들의 치료에 획기적인 해법을 제공할 수 있다"며 "이 기술을 발전시켜 향후에는 뼈의 모양과 골절 형태가 각 환자마다 달라 수술의 정밀도가 높지 않은 급성 골절 치료에도 획기적인 발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