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채권시장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139억달러를 넘어서면서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져 주식시장에서는 돈이 빠져나갔지만 해외 중앙은행과 국부펀드를 중심으로 채권시장에는 투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2018년 12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 채권투자자금 순유입액이 지난해 139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년(80억5000만달러)대비 68% 늘어난 규모로, 2010년(154억달러) 이후 최대치다.

한국은행 제공

지난해에는 1월부터 8개월 연속으로 채권자금이 순유입됐다. 한은 관계자는 "작년 채권자금 유입을 주도한 매수주체는 해외 중앙은행, 국부펀드 등 공공자금"이라며 "경상흑자가 지속되는 등 우리나라의 경제펀더멘털이 나쁘지 않은 데다 북핵리스크가 완화되면서 상반기에 특히 유입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경우엔 56억5000만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전년(114조5000억원 순유입)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미중 무역분쟁,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위험회피심리가 반영됐다.

하지만 올해들어 미중 무역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선진국 주가의 낙폭이 축소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속도조절을 시사한 것 역시 주가 흐름에 힘을 보탰다. 파월 의장은 지난 4일 "향후 경제 전개과정을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며 필요시 신속하고 유연하게 정책 스탠스를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 MSCI지수(기말기준)는 지난 9일 기준 1951.0으로 12월말(1883.9) 대비 소폭 회복됐다. 우리나라 코스피 지수도 같은 기간 2041.0에서 2064.7로 상승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미 달러화 지수(DXY)는 9일 95.2로 11월말(97.3)보다 2.1% 하락했다. 이에 선진국, 신흥국의 달러대비 환율은 강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일본 엔화환율이 5.1%, 유로화가 2.0% 상승했다. 신흥국의 경우 멕시코 페소(6.0%), 브라질헤알(5.1%)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9일 기준 1122.1원으로 11월말 대비 0.1% 하락하는 데 그치면서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은 12월말 기준 4.6원(0.41%)로 전월(3.5원, 0.31%) 대비 확대됐다. 반면 원엔환율의 경우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같은 기간 4.1%나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