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의 딸기독개구리〈왼쪽 사진〉와 주황색 무늬가 인상적인 독화살개구리〈오른쪽 사진〉가 각각 새끼 올챙이를 등에 업고 있다. 부모로서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 같지만 이들의 행동 이면에는 다른 비밀이 숨어 있다. 여러 상대와 짝짓기를 하는 딸기독개구리는 암컷이 올챙이를 옮기고, 일부일처(一夫一妻)를 고집하는 독화살개구리는 수컷이 새끼를 책임진다. 같은 개구리에서도 짝짓기 상대를 정하는 방식은 왜 서로 다를까.

미국 텍사스대의 한스 호프먼 교수 연구진은 "일부일처를 따르는 척추동물의 뇌를 분석한 결과 24개 유전자가 공통적으로 발견됐다"고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7일 자에 발표했다. 일부일처 동물들은 대부분 암컷 혼자서는 새끼를 키우기 힘든 환경에 산다. 4억5000만년 전 척추동물이 처음 나타난 이후 오랜 진화 과정에서 생존과 번식을 위해 일부일처에 맞는 뇌의 유전자 발현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동물의 일부일처는 사람과 다소 다르다. 연구진은 적어도 한 번의 짝짓기 철에 한 상대하고만 교미하고 새끼 양육을 함께하는 동물을 일부일처 종(種)으로 규정했다. 연구진은 포유류(들쥐·생쥐)와 조류, 양서류, 어류 등 5종류의 척추동물을 일부일처인 종과 그렇지 않은 종으로 구성해 총 10종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일부일처를 보이는 동물들에서는 24개 유전자가 동일한 패턴으로 발현되는 것을 확인했다. 일부는 수컷이 짝짓기 상대와 그 후손을 알아보는 데 필요한 학습, 기억과 관련돼 있었다.

사람에게도 이런 유전자가 있을까. 호프먼 교수는 "아직 정확히 결론을 내리기 어렵지만, 사람도 같은 일부일처 유전자가 발현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