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베트남 호찌민 탄푸구(區) 이랜드 탕콤 공장. 8만㎡ 규모 공장에서 4000명의 직원이 한국, 미국 등 전 세계로 수출되는 옷을 만들고 있었다. 절반은 이랜드 자체 브랜드, 나머지는 전 세계 패션업체들의 브랜드를 달고 나간다.

탕콤 공장 내 봉제 6공장에선 아동복부터 성인용 후드티까지 완성된 옷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16개 생산 라인이 풀가동되고 있었다. 한 개 생산 라인당 24명이 일렬로 앉아서 뒷자리에서 넘겨준 반제품에 옷소매를 덧붙이는 식으로 릴레이 작업이었다. 라인마다 회색 후드티, 청색 후드티, 흰색 후드티 등 겨울 의류부터 반팔티와 같은 여름옷까지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김보혈 이랜드 아시아본부 인사팀장은 "봉제 공장은 대개 반년 정도 후에 팔릴 옷을 만들지만, 이 공장에선 지금 현재 한국에서 팔리는 옷도 생산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유행하는 옷을 주문하면 5일 안에 만들어내서 강남 가로수길 매장에 전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서 주문하면 5일 만에 제작·배송 완료

탕콤 공장은 이랜드 스피드(speed) 경영의 핵심 생산 기지다. 이랜드의 패스트 패션(SPA) 브랜드 '스파오(SPAO)'는 일본 기업인 유니클로에 이어 SPA 시장에서 국내 2위다. 지난해 매출은 3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랜드는 3년 안에 1조원대 매출을 기록, 유니클로를 따라잡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갖고 있다.

베트남 호찌민 탄푸구에 있는 이랜드 탕콤 공장에서 직원들이 한국과 미국으로 수출되는 의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은 한국서 주문하면 5일 만에 제작해 배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이랜드 스피드(speed) 경영의 핵심 생산 기지로 떠올랐다.

이랜드가 유니클로 추격의 핵심 전략으로 삼는 게 '신속 반응(QR)' 공정이다. 순간순간 변화하는 고객의 수요를 재빠르게 확인해 실시간으로 제품에 반영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스파오의 해리포터 후드티가 대표적이다. 가령 월요일에 이랜드 한국 본사에서 파란색 해리포터 후드티 5000장 생산 주문을 내면, 이날 밤 베트남 탕콤 공장에서 주문 접수 즉시 생산에 필요한 원·부자재를 투입한다. 탕콤 공장은 이랜드 한국 매장의 판매 데이터로 구축된 빅데이터를 통해 중요 원·부자재를 미리 준비해놓고 있어 즉시 생산이 가능하다.

다음 날인 화요일엔 원단이 봉제 공장에 입고돼 재단되고, 이날 저녁 봉제 공장에 투입된다. 수요일엔 스파오 전용 봉제 라인 12개가 동시 가동돼 하루 만에 5000장을 만들어낸다. 목요일이면 베트남에서 항공편으로 한국으로 배송되고, 금요일 새벽이면 한국 내 스파오 매장에 진열된다.

신속 반응 공정을 통해 이랜드는 재고 부담을 줄이고 유행하는 옷을 적기(適期)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이은홍 이랜드 동남아 총괄사장은 "탕콤 공장은 방적·방직·편직·염색·봉제 등 옷을 만드는 모든 공정이 갖춰져 있다"며 "경쟁 업체들처럼 반년 전부터 다음 시즌 유행 옷을 추측해서 막대한 원료를 쌓아 놓는 것에 비해 재고 부담이 줄어 경영 효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베트남에 24개 공장, 1만1000명 고용

이랜드는 베트남에 총 24개 공장을 운영하며 1만10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작년 매출은 2억7000만달러를 기록, 6년 만에 40% 이상 증가했다. 이랜드에 베트남은 글로벌 수출 생산 기지이자, 1억명의 내수 시장을 공략할 미래 소비 시장이기도 하다. 1994년 처음 베트남에 진출한 이랜드는 2009년 7월 베트남 국영기업이던 탕콤을 인수했다. 탕콤은 섬유업체 중 호찌민 증시(HOSE)에 상장된 유일한 회사로, 시가총액(4000만달러)이 전체 상장 기업 중 60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이랜드가 인수한 이후 탕콤 공장의 매출과 이익은 2배 이상 늘었다. 트란 누 퉁(Tung) 이랜드 탕콤 공장 최고전략책임자는 "이랜드가 IT를 활용한 선진 경영 시스템을 접목한 덕분"이라며 "이랜드는 'TCM' 등 탕콤이 보유한 브랜드를 통해 향후 베트남 내수 시장 공략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