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주유소 가운데 지난해 11월 초 유류세 인하와 국제 유가 하락분을 휘발유값에 고스란히 반영한 곳은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경유는 대부분의 주유소가 유류세와 국제 유가 인하분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사단법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이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한 지난 11월 6일 이후 전국의 주유소 기름값을 분석한 결과다.

8일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 이후 두 달 동안 전국 휘발유 가격은 L(리터)당 평균 329.7원 내렸다. 두 달 동안 유류세(L당 123원)와 휘발유값 인하분(L당 180.5원)이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반영되면 휘발유값은 L당 303원 이상 내려야 한다. 실제 전국 1만1358개 주유소 중 휘발유 가격을 L당 303원 이상 내린 곳은 10곳 중 8곳이었지만 서울 지역만 놓고 보면 2곳 중 1곳에 그쳤다. 상표별로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는 알뜰주유소 95.9%가 유류세와 국제 유가 인하분을 제대로 반영했다.

경유값은 내려야 할 가격보다 훨씬 덜 내렸다. 유류세(L당 87원)와 국제 경유값 인하분(L당 173.3원)을 고려하면 지난 두 달 사이 주유소 경유값은 L당 260.3원 인하해야 한다. 하지만 전국 주유소는 경유값을 평균 L당 238.1원 내리는 데 그쳤다. 전국 주유소의 27.7% 정도만 유류세와 국제 유가 인하분을 제대로 반영했고, 서울 지역 주유소의 비율은 8.95%에 그쳤다.

주유소가 유류세나 국제 유가 인하분을 소비자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도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