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업률 올라도 긍정적 평가 "신규 노동시장 진입자 늘어난 영향"

지난해 ‘고용 참사’가 발생하면서 일하지 않고 구직 활동도 포기한 비경제활동인구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고용 침체가 경제 주체의 구직 의지까지 꺾는 악순환으로 이어진 것이다.

반면 미국 고용시장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실업률이 3.9%로 소폭 상승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고용시장이 유례없는 호조를 보인 덕에 그동안 일하지 않던 비경제활동인구가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며 실업률이 반짝 상승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월평균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0만5000명 증가한 가운데 비경제활동인구도 9만6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달 10만명에 가까운 인구가 구직을 단념하고 노동시장을 떠나는 것이다.

지난해 월평균 취업자 증가수가 10만명에 그친 고용 참사가 이어지면서 비경제활동인구도 매달 10만명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11월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수는 4만1000명으로 다소 축소됐지만, 비경제활동인구 중 가사·육아, 학업, 건강 문제, 취업 준비 같은 이유 없이 ‘그냥 쉰다’고 답한 인구는 182만명으로 전년 대비 9만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11월 기준으로는 가장 많았다. 이에 따라 공식 실업률 3.2%에 구직 단념자를 포함한 확장 실업률은 10.7%로 1년전보다 0.7%포인트 올랐다.

경기 둔화에 따른 일자리 부족과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로 비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면 경제 활력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최근 비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이 앞으로 고용의 질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반면 미국 노동시장 분위기는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다. 지난해 미국에서 증가한 일자리 수는 260만개에 이른다. 월평균 22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났다. 2015년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폭 증가한 것으로, 일자리 증가세는 99개월 연속 이어져 역대 최장을 기록했다. 경기 호조에 기업이 투자를 늘리면서 신규 일자리가 크게 늘었고, 구인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임금도 올린 결과다.

특히 지난해 12월 미국 실업률이 3.9%로, 11월 3.7%에서 반짝 상승했지만, 실업률 상승조차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 연구원은 지난 4~5일 열린 전미경제학회에서 "실업률이 3.9%로 전월보다 0.2%포인트 상승했지만, 이는 구직 기회를 보고 노동시장에 진입한 신규 노동자들이 많아진 데 기인한 것"으로 "고용시장에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후유증이나 연방정부 임시폐쇄 여파가 고용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고용 지표 호조가 견고한 미국 경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대외 불확실성에도 견고한 내수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경기 부양 정책이 효과를 발휘했다"며 "미국 고용시장이 양적, 질적으로 개선되면서 경기 침체 우려를 불식시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