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에 '어닝쇼크'를 기록한 가운데 그동안 삼성전자의 초호황을 주도하던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만 영업이익이 5조원에서 최악의 경우 6조원까지 감소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예상을 크게 밑도는 실적을 기록한 배경은 서버용 D램의 수요 침체가 꼽힌다.

8일 삼성전자는 연결기준 매출 59조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의 2018년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전분기의 65조4600억원 대비 9.87%, 전년동기의 65조9800억원 대비 10.58%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의 17조5700억원 대비 38.53%, 전년동기의 15조1500억원 대비 28.71% 감소했다. 당초 증권가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12조~13조원 수준이었다.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 시티 전경.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는 DS부문의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했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3분기의 경우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에서만 13조6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반면 4분기에는 7조~8조원대로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가 증권사 컨센서스에 크게 못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든 것도 DS부문의 부진이 컸다.

반도체 사업 중에서도 서버용 D램의 부진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경우 다른 반도체 회사들보다 서버용 D램 매출과 이익 규모가 높은 편인데, 이 시장이 급격한 수요 부진에 시달리면서 영업이익 감소의 폭이 컸다는 분석이다. 서버용 D램의 경우 삼성전자 전체 D램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D램 시장의 '큰 손'격인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와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미루기 시작하며 D램 구매량을 줄인 것이 실적 하락의 단초를 제공했다. 이 기업들은 지난해 내내 인프라 확장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삼성전자로부터 대량의 메모리를 구매해왔다.

올해 1분기에는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투자증권은 1분기에 계절적 비수기 효과 등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재고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재고가 높아질 경우 상반기 내내 고객사와의 가격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증권가 일각에서는 D램 가격이 올해 30% 이상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T(IT·모바일) 부문과 TV, 가전 등을 담당하는 소비자가전(CE)도 이렇다할 실적 개선의 동력을 찾지 못한 분위기다. IM부문의 경우 전년 동기(2조4000억원)와 비교해 영업이익이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계 기업들과의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CE부문의 경우 전년보다 증가한 7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관측되지만 여전히 전체 실적에 기여하는 비중은 낮다. TV 사업의 경우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점유율 회복을 위해 공격적으로 가격을 인하하면서 매출 규모는 늘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