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차로 30분을 달려 도착한 빈증성(省) 송탄(Song Than) CJ제마뎁 물류센터. 축구장 6개 크기(4만3000㎡) 부지에 총 3개의 창고가 들어 서 있었다. 하역장에는 머스크·완하이·하팍로이드와 CJ제마뎁 등 전 세계 해운 물류업체의 로고를 부착한 컨테이너 트럭 10여대가 하역장에 줄지어 주차돼 있었다. 보관 중인 각종 제품 박스는 총 300만개에 이른다.

지난달 10일 베트남 빈증성 송탄 CJ제마뎁 물류센터에서 근로자들이 아파트 4층 높이의 선반에 지게차를 이용해 물건들을 쌓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베트남 전국에 물류망을 구축하고, 현지 기업을 인수하며 베트남 1위의 물류 기업으로 도약했다.

CJ대한통운은 베트남 제1의 물류업체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 하면 삼성전자·LG전자 등 제조업체들만 떠올리지만, 양국 교류가 30년을 넘어서면서 경제의 '동맥'이라 할 물류산업에서도 한국 기업이 우뚝 선 것이다.

CJ대한통운, 베트남 제1의 물류업체로

점심시간 직후인 오후 1시. CJ로고가 박힌 파란색 작업복을 입은 직원들 수십명이 일제히 트럭에서 물건을 내리기 시작했다. 한쪽에선 지게차가 분류된 박스들을 실어 높이 12m, 길이 200m에 이르는 거대한 창고 내 선반 곳곳으로 옮기고 있었다. 하역, 분류, 선반 보관, 배송까지 동시 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3곳의 창고 중 2개는 보세창고로 운영되고 있었다. 또방쩐 CJ제마뎁 송탄 센터장은 "베트남 국영 물류 기업인 제마뎁 소유인 창고를 CJ대한통운이 인수하면서 외국 기업임에도 베트남 관세 당국과 함께 통관 업무를 한다"고 했다.

CJ대한통운은 2017년 제마뎁 지분 50.9%를 인수하며 베트남 제1의 물류업체가 됐다. 1996년 베트남에 진출한 CJ대한통운은 육상 운송, 해상·항공 국제 운송, 물류센터 운영, 통관, 항만 하역 등 종합 물류업체로 성장했다. 호찌민과 하노이에 총 2만7000㎡ 규모, 축구장 4개 넓이와 맞먹는 물류센터를 보유, 300여대의 자체 트럭과 장비를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수 시장 장악에 벽을 느끼고 있을 2017년 제마뎁을 인수했다. 제마뎁은 베트남 전역에 걸쳐 약 31만㎡, 축구장 43개 면적과 맞먹는 대규모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CJ제마뎁 백정훈 부장은 "CJ대한통운이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와 선진 경영 기법에 베트남 전국을 모세혈관처럼 연결하는 제마뎁의 인프라가 합해지면서 고객층도 크게 확대됐다"고 말했다. 덕분에 한국·일본 등 CJ대한통운의 기존 글로벌 고객사들은 물론 베트남 국유기업과 전국의 구멍가게까지 단골이 됐다.

20여년 공들인 '베트남 진주 프로젝트' 결실

베트남은 물류 측면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신(新)시장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베트남 물류 시장 규모는 600억달러(2016년)로 추산되며, 연평균 15~20%의 속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정도는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할 전망이다.

CJ는 그룹 차원에서 2007년부터 베트남 진출을 최고 전략으로 삼았다. 당시 이재현 CJ 회장은 "포스트 차이나를 찾으라"는 특명을 그룹사 전체에 내렸다. 이미 중국 시장은 포화 상태였고,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을 키우기 위해 CJ의 주력 사업인 소비재 투자에 대해선 담장을 높게 쌓기 시작할 때였다. 위기감을 느낀 CJ는 이 회장의 지시 후 동남아 각국을 조사했고, 중국에 비해 발전 단계가 낮고 내수 시장이 뒷받침되며 근면 성실한 근로자를 보유한 베트남을 최종 선택했다.

베트남 정부의 친(親)기업적 정책도 중요한 요소였다. 이후 CJ그룹은 베트남을 한국에 이은 제2의 근거지로 정했고, 각 계열사는 베트남을 공략할 사업 전략을 짰다. CJ 내에선 이를 '베트남 진주(pearl)'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김상국 CJ제마뎁 CEO는 "베트남은 CJ대한통운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에서 동남아 지역의 허브(hub·축)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