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숙신도시는 소외됐던 수도권 북부에서 해방 이후 이뤄지는 최초의 대형 프로젝트입니다. 광역교통망을 확충하고 판교신도시의 벤처 밸리를 뛰어넘는 첨단산업을 유치, 서울 송파·강동구 수요도 흡수하는 경제·문화 중심지로 만들겠습니다."

조광한 남양주 시장은 2일 본지 인터뷰에서 "대형 개발이 서울 남부 축을 중심으로 이뤄져 수도권에서도 지역 불균형이 심각해졌지만, 왕숙신도시가 불균형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 시장은 노무현 대통령비서실 홍보기획비서관 출신으로 작년 7월 지방선거에서 남양주시장에 처음 당선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9일 남양주·하남·과천·계양(인천) 등 4개 지역에 총 12만2000가구를 수용할 수 있는 '3기 신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남양주 왕숙신도시는 일산(6만9000가구)에 버금가는 6만6000가구 규모로, 나머지 3곳을 합친 것보다 크다.

◇"일자리·문화 갖춰 판교 뛰어넘을 것"

조 시장은 "왕숙신도시는 판교·분당을 뛰어넘는 자족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은 서울 강남과 가깝지만 남양주는 그렇지 않다'고 하자, 조 시장은 "바로 그 점 때문에 땅값이 판교보다 싸다"며 "같은 돈을 들여도 판교보다 훨씬 뛰어난 도시로 개발할 수 있다"고 했다. '실패한 신도시들도 자족 도시를 추구했지 않느냐'고 물었다. 조 시장은 "'도시다운 도시'가 되려면 일자리, 주거, 교통, 문화예술 등 4가지 기능을 갖춰야 하는데, 상당수 2기 신도시는 기업이 따라가지 않다 보니 주민들이 끊임없이 서울로 들락거리게 되면서 여러 문제와 불편을 겪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왕숙신도시는 다를 것"이라고 했다.

조광한 남양주 시장은 2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열린 본지 인터뷰에서 “광역교통망을 확충하고 판교신도시의 벤처 밸리를 뛰어넘는 첨단 산업을 유치, 왕숙신도시를 서울 송파·강동구 수요도 흡수하는 경제·문화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왕숙신도시는 경제중심도시인 1지구와 문화예술중심도시인 2지구로 나뉜다. 1지구는 도시첨단산업단지와 기업지원 허브 등을 건설할 ‘기업용지’(자족용지)가 판교 1테크노밸리의 2배에 해당하는 140만㎡로 조성된다. 산업단지 입주 기업에는 취득세 50%, 재산세 35% 감면 등 세제 혜택을 준다.

조 시장은 “서울과의 물리적인 거리가 워낙 가까운 데다 교통망까지 획기적으로 개선되면 기업 입장에서 세제 혜택을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IT, 미래형 자동차 등 첨단 분야 기업 위주로 가려 받을 것”이라고 했다. 2지구에는 컨벤션센터와 문화예술마을, 카페거리 등을 만든다. “왕숙천을 중심으로 한 경관이 뛰어나 서울시민도 찾아오는 문화 쉼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남양주 철도망, 한꺼번에 급물살 탈 것"

조 시장 명함에는 ‘서럽다. 이제는 화가 난다’는 글씨가 인쇄돼 있었다. “그동안 남양주는 상수원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 등 9개의 중첩 규제로 도시 발전을 방해받았다. 그렇다 보니 인구가 68만명에 이르도록 변변한 도심조차 없었다. 게다가 서울과 접하는 도시 중에 수도권 전철망이 없는 유일한 지역이다. 분당에 분당선 있고, 광명에 7호선 있고, 부천에 1호선 있고, 일산 3호선 있고….” 조 시장이 집무실 지도를 하나하나 찍으며 설명했다. 조 시장은 “신도시 건설과 함께 남양주는 수도권 철도 교통의 허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3기 신도시 발표에서 ‘선(先)교통-후(後)개발’을 선언했다.

왕숙신도시에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B 노선과 경의중앙선 역사(驛舍) 신설, 수석대교(남양주 수석~하남 미사) 신설 등을 약속했다. 남양주에서 서울을 관통해 인천으로 이어지는 GTX-B 노선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조 시장은 “신도시 건설은 국가적 사업”이라며 “왕숙신도시 지정은 사실상 GTX-B 확정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는 “남양주 지하철의 경우 착공을 앞둔 수도선 4·8호선 연장, 아직 논의 단계인 6·9호선 연장 등도 한꺼번에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도시 계획, 국토부에 먼저 제안

최근 수도권에서는 신도시 지정과 관련한 불만과 반발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남양주에서도 ‘남양주 교통 상황이 더 열악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청와대 국민청원 등에 여럿 올라왔다. 여기에 대해 조 시장은 “남양주는 기존 다산신도시 입주가 계속되고 있어서, 교통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며 “신도시는 오히려 그 해법”이라고 했다.

조 시장은 “사실 왕숙신도시는 내가 먼저 정부에 제안했다”고 털어놨다. 작년 9월 과천 선바위역 주변 등 신도시 후보지가 여당 국회의원을 통해 외부로 유출되면서 원점 재검토가 시작될 무렵, 조 시장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남양주에 좋은 땅이 있다”고 제안했다는 것. 이어 국토부 고위 관계자와 수차례 만나 조율하며 신도시 유치를 성사시켰다는 설명이었다.

조 시장은 “신도시 대상 지역에 대대로 살아오신 분들이 고향을 떠나게 된 점은 가슴이 아프지만, 모두 다 같이 잘살기 위한 과정”이라며 “불편을 겪게 될 주민들에게는 훌륭한 신도시로 꼭 보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