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의 한국계 창업자 2인-브라이언 리, 토니 고 대담

변호사 출신 브라이언 리
카다시안·알바 등이 러브콜
토니 고의 '닉스', 5억에 팔려

브라이언 리(Brian Lee) 스캐든 압스(Skadden, Arps, Slate, Meagher & Flom) 변호사, UCLA 경영학 학사·법학대학원

2018년 11월 마지막 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출장을 앞두고 가장 만나고 싶은 창업자는 유기농 생활용품업체 ‘어니스트 컴퍼니(The Honest Company)’를 창업한 브라이언 리(Brian Lee)였다. 리가 창업한 어니스트컴퍼니는 2018년 10월 미국 정책재단 (NFAP)이 꼽은 ‘이민자가 세운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이상 가치를 가진 스타트업’ 에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등 87개 회사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회사들의 창업자 가운데 한국계는 리가 유일했다. 한국에서는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 제시카 알바와 공동 창업한 것으로 유명하다.

변호사 출신으로 대형 로펌에서 근무하던 그는 2001년 온라인 법률자문 회사 ‘리걸줌(LegalZoom)’을 창업해 기업가적 본성을 드러내더니, 2009년엔 유명 방송인 킴 카다시안이 고른 구두를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슈대즐(ShoeDazzle)’을 연쇄 창업해 성공을 거뒀다. 2011년에는 세 번째 회사 어니스트 컴퍼니를 창업했다. 그는 어니스트컴퍼니 창업 3년 후인 2014년, 변호사 출신 동료인 리처드 전(Richard Jun)과 초기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 ‘뱀벤처스(Bam Ventures)’를 공동 창업해 대표로 있다.

그는 여러 경로를 통한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는데, 뜻밖에 그와 뱀 벤처스를 공동 창업한 리처드 전 으로 부터 리가 공식석상에 나타난다는 메일을 받았다. 전은 "창업자들 이매우만나고싶어하는리가한행사에 대담자로 나설 예정이니 그를 보고 싶다면 반드시 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1 월27일LA한인타운부근에있는한국콘 텐츠진흥원 해외비즈니스센터를 찾은 것은 그 때문이었다. 콘텐츠진흥원이 뱀벤처스 와 공동으로 ‘K-콘텐츠 스타트업 쇼케이스 2018’을 개최하는 자리였다. 미국 시장 진출을 꿈꾸는 한국 창업자들과 현지 VC 관계자 150여 명이 모여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이 행사에서 리가 또 다른 성공한 창업자인 토니 고(Toni Ko)와 대담했다. 세 차례나 스타 트업을 창업해 연쇄적으로 성공한 경험을 벤처기업인들과 나누겠다는 의지에서였다.

캐주얼한 셔츠와 바지 차림에 야구모자를 눌러쓰고 행사 중간 들어온 리가 660m²(약 200평)남짓되는 공간 뒤편에 마련된 간이의자에 슬쩍 앉았다. 기자의 바로 앞이었다.1분 가량 짧게 인사만 주고 받은 뒤 리는 토니 고와 대담을 위해 무대로나갔다.

토니 고(Toni Ko) 글렌데일 커뮤니티 컬리지 중퇴

고는 미국에서 성공한 이민 1.5세대 한인 여성 창업자다. 대구에서 태어난 그는 열세 살이 던 1986년 가족과 함께 LA로 이주했고, 방과 후 부모의 미용용품 사업을 돕다가 1999 년 본인의 색조화장품 브랜드 ‘닉스 코스메틱(NYX Cosmetics)’을 출시했다.

이 회사가 2014년 로레알에 5억달러(약 5600억원)에 매각돼 화제가 됐다. 현재도 닉스 코스메틱 색조 화장품은 미국 드러그스토어나 마트 화장품코너어느곳을가도살수있는‘잘 나가는’브랜드다. 고는 첫번째 회사를 매각한지 2년 만에 선글라스 브랜드 ‘퍼버스 (Perverse)’를 만들어 창업가의 길을 이어가고 있다.

고는 2017년 ‘포브스’ 선정 ‘미국에 서 자수성가한 여성’ 57위에 이름을 올렸다. 두 사람의 대담을 정리했다. 고가 질문하고, 리가 답하는 형식이었다. 40여 분간의 대담 뒤 에는 두 사람이 청중 질문에 답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一(토니고⋅이하 고) 법률자문서비스회사,여성용구 두판매회사,생활용품회사까지전혀다 른 분야에서 사업을 벌였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나

"(브라이언 리⋅이하 리) "두서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모 두내삶과가까운부분에서아이디어를낸 것들이다. 변호사였기 때문에 법률 자문회사를 내게 됐고, 구두에 ‘중독’된 아내를 만 났기 때문에 관련 사업을 하게 됐다. 제시카 알바와 어니스트컴퍼니를 시작했을 때엔 당시 첫째 아이를 낳은 직 후였다.그러니 전혀 연관 없는 분야에 뛰어든 것은 아니었다."

一(고) "잘 아는 분야에서 창업해야 한다는 뜻 인가."

"(리) 꼭 그렇지 만은 않다. 오히려 그 분야에 대해 잘 모르고 뛰어 드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슈대즐’ 론칭을 앞뒀을 때의 일이다. 당시 우리는 구두 공급처만 빼고 자금, 사업 모델,킴카다시안과의 계약 등 모든 것이 준비된 상태였다. 우리는 금세 필요한 구두를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믿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필요한 만큼 소량의 구두 를 공급받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서비스 시작을 몇 개월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경험이 또 있다. 슈대즐 론칭 3~4개월 후 처음으로 구두 관련 박람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솔직히 그 때 들었던 생각은 ‘이렇게 어마 어마한 규모의 구두 시장이 있는 줄 알았다면 아예 이 사업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텐데’였다."

一(고)"투자받게 된 경험을 공유해달라."

"(리) 20년 전 VC를 찾아다니면서 수없이 많은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50~60개 VC를 만났지만, 대부분 퇴짜 맞았다. 첫 회사인 '리걸줌'이 첫 투자를 받게 된 것은 사업을 벌이고 한참 뒤에야 가능했다. 수많은 실패를 경험한 것이 오히려 자양분이 됐다. 투자를 유치하고 싶다면 밖으로 나가 가능한 많은 관계자를 만나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고) 그렇다. 초기에 투자자들로부터 '노(No)' 라는 말을 듣는 것 자체가 값진 경험이다. 나도 그런 경험을 통해 지난10년간사업가로 크게 성장 할 수 있었다."

一(고)"요즘‘일과 생활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리) 매우가치있는콘셉트다.그런데내가 회사를 시작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그것을 실현하지 못했다. ‘일과 생활의 균형’은 없었다. 당시 내게는 일이 100%, 생활이 0%였다.그도 그럴 것이 나는 회사를 만든‘창업 자’였다. 그래서 초기 4~5년간은 영화를 보러갈 시간도, 좋은 레스토랑에 갈 시간도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一(청중) "많은 한국인 창업가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 하지만 대부분은 실패한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고) 시장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화장품 시장만 비교하더라도 한국에서 는 서너 가지 색상의 파운데이션만 있어도 충분히 시장을 커버할 수 있다. 피부 색상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화장품 시 장에는 40가지에 달하는 다양한 색상의 파운데이션이 필요하다. 또 미국인이 생각하는 미의 기준이 ‘섹시함’ ‘화려함’인 데 반해 아시아인의 기준은 ‘귀여움’ ‘순수함’이다. 외국 시장에 진출하려 한다면 현지 문화에 깊숙이 들어가 살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 로 기존의 상품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리) 전적으로 동의한다. 과거 한 한국 회사에 투자한 적이 있는데, 이 회사는 미국 시 장에 진출하기 위해 아예 LA로 회사를 옮겨 왔다. 이곳에서 살면서 시장을 테스트하고 사업을 키워나갔다. 한국에 좋은 아이디어와 콘셉트를 가진 멋진 회사들이 많다. 물론 미국 시장에서도 통할 만한 아이템들이다. 단 미국 시장에 맞게 잘 조정해야 한다."

(청중)"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대처했나. 예컨대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있었을 것 같다."

(고) "1999년 닉스 코스메틱을 창업했을 당시를 떠올려 보면, 내 앞에 아주 많은 장벽이 있었다. 나는 당시 ‘어린’ ‘아시아 출신의 이민자 여성’ 이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젊은이들이 창업에 나서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나는 내 열정이 꺾이는 순간마다 더 독기를 품고 더 잘해야겠다는 의지를 키웠다. ‘지금은 나를 무시하지만 몇 년만 있으면 당신이 우리 제품을 받고 싶어 빌게 되는 날이 올거야’라는 생각으로 장벽을 하 나하나 넘어섰던 것 같다. 부정적인 순간을 문제를 헤쳐나갈 긍정적인 힘으로 역이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