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수입차시장 급성장, 내수 경기 위축 등으로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업체별로 보면 국내 완성차 업계 맏형격인 현대차는 중국과 미국시장에서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했다. 또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의 훼방으로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GM의 한국시장 군산공장을 폐쇄하면서 철수설에 불을 지폈다. 지난 10월부터는 연구개발 법인 분리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다행히 이달 들어 산업은행과 GM은 또 "생산 법인과 연구·개발 법인이 10년 이상 지속 가능하도록 노력하고, 추가 연구·개발을 계속하기 위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는 합의를 하면서 철수설은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로 한동안 고전했던 수입차업계는 올해 다시 전성시대를 열었다. 폴크스바겐의 판매가 재개되면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3강 구도가 뚜렷해졌다.

다사다난했던 2018년 자동차업계를 결산해봤다.

① 내년으로 미뤄진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지난 5월 현대차그룹의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주총을 불과 8일 남기고 백지화됐다. 결국 현대차그룹이 야심 차게 추진하던 정의선 현대차 수석 부회장의 그룹 3세 승계 작업도 차질을 빚게 됐다. 미국계 헤지펀드는 엘리엇의 반대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분할합병 안을 보완·개선해 다시 추진키로 결정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 안을 마련했다. 현대모비스의 국내 A/S·모듈 사업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하는 안이었다.

이렇게 되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 구조가 해소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지배력은 커지게 된다. 현재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3.2%를 보유하고 있으나, 현대모비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엘리엇이 "분할 합병 비율이 합당치 않고 사업 논리도 부족하다"며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합병해 지주사 전환을 요구하면서 현대차의 지배구조안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전 세계 의결권 자문시장의 60%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진 ISS의 반대 권고가 결정적이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주주들의 의견을 수렴한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마련해 재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기업 가치 제고를 통한 주주 환원 정책도 가속화해 나갈 방침이다.

② 현대·기아차 끝 모를 실적 악화

현대·기아차의 끝 모를 판매 부진은 그대로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3분기 매출 24조4337억원, 영업이익 288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6% 줄었다. 국제회계기준(IFRS) 기준 적용이 의무화된 2010년 이후 최저치다.

기아차 역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기아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11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흑자 전환했지만, 의미가 있는 실적 개선은 아니다. 지난해 3분기에는 통상임금 1조원의 비용이 회계에 반영되면서 42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현대·기아차가 고전하는 것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판매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세단 중심의 노후화된 판매차종 라인업을 제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으로 바꾸지 못해 미국에서의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중국에서도 사드 배치에 따른 반한감정으로 역시 판매실적이 악화됐다.

미래 성장동력이 되어야 할 신기술 개발에서도 현대차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수소전기차를 합친 친환경차 판매 순위에서 현대차는 2만3456대로 전세계 20위에 간신히 이름을 올렸다. 올 초 미국의 기술평가업체 내비건트리서치가 발표한 자율주행차 기술 순위에서도 현대차는 최하위권인 15위에 머물렀다.

③ 끊이지 않는 한국GM 철수설

한국GM은 올 한해 철수설에 시달렸다. 지난 2월 발표한 한국GM 군산공장 폐쇄가 철수설에 불을 댕겼다. GM은 2013년 말 이후 유럽 사업 철수, 호주·인도네시아 공장 철수, 태국·러시아 생산 중단 또는 축소, 계열사 오펠 매각, 인도 내수시장 철수 등을 통해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GM의 철수설은 힘을 얻었다.

GM은 지난 5월 정부와 타협점을 찾았다. 한국GM에 대한 총 투입 자금 71억5000만달러 중 GM은 64억달러(6조9000억원), 산업은행은 7억5000만달러(8000억원)를 각각 부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한국GM의 판매량은 좀처럼 회복을 보이지 못했다. 최근에는 연구개발 법인 분리를 놓고 다시 한번 진통을 겪기도 했다. 노조의 반대로 약 5개월을 끌어온 한국GM의 연구·개발 법인 설립 문제는 이달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동의하면서 일단락됐다.

산업은행은 신설되는 법인을 GM의 글로벌 전략 신차 2종을 만드는 거점으로 삼고 10년간 유지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신설 법인은 이르면 내년 1월 출범한다.

④ 수입차 전성시대

‘디젤 게이트’ 여파로 판매정지를 당한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은 올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아우디는 올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를 재개하고 나서 올해 11월까지 1만1893대를 판매했다. 주력 모델인 ‘A6’의 판매 호조와 파격 할인을 제시한 ‘A3 40 TFSI’의 인기가 판매 재개 초반 분위기를 이끌었다. 폴크스바겐 역시 같은 기간 1만4282대를 판매하며 과거 위상을 되찾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티구안과 더불어 ‘파사트’ 등이 선전하며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폴크스바겐과 아우디가 선전하면서 수입차시장은 올해 두자릿수 이상의 판매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11월 수입차 신규등록대수는 24만25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급증했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25만대 판매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⑤ BMW 화차 포비아

BMW는 잇따른 화재 사건으로 판매량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에도 치명타를 입었다. 국토교통부와 BMW 화재 관련 민관합동조사단은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BMW 화재 관련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민관합동조사단은 먼저 BMW 차량 화재 원인이 ‘엔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쿨러 균열로 인한 냉각수 누수에 따른 것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BMW에 대해 형사고발, 과징금 112억원 부과, 추가리콜 등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결과를 놓고도 여진은 지속되고 있다. 리콜을 받은 차량의 화재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과 고의 은폐 여부를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수입차업계에서는 BMW가 수백억원대 손해배상을 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소송참여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BMW에 손해배상 청구비용만 수백억원으로 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법무법인 바른 측을 통해 소송을 제기한 인원은 1000여 명가량이다. 손해배상 청구비용으로 계산하면 소송액만 최소 100억원으로 집계된다.

한국소비자협회가 진행 중인 BMW 차주 대상 집단소송에도 2000명이 넘는 소비자가 참여한 상태다. 소송액은 1인당 1500만원으로 총 3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소송 참여자가 이번 조사단 발표로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