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5일 열린 네이버 3분기 실적 설명회. 이날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기존 사업의 성장 여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글로벌 사업자들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해외시장에 대한 도전을 지속하며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만 매달 3000만명이 들어오는 포털 네이버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 네이버가 해외시장으로 진군하고 있다. 일본 자(子)회사 라인을 중심으로 아시아권에서 인터넷 은행, 가상 화폐 등 금융시장 공략에 나서는 가운데 웹툰, 동영상, 소셜미디어 등 신규 서비스도 글로벌 시장에서 연이어 성과를 내고 있다.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정보기술) 전시회 CES에도 처음 참가해 그동안 개발한 최첨단 테크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시아에선 온라인 금융시장 공략

올해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을 전면에 내세워 아시아 지역의 인터넷 은행, 가상 화폐 등 온라인 금융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실탄은 무려 1조5000억원이다. 라인은 지난 9월 신주 발행을 통해 모회사인 네이버의 7517억원 투자를 포함해 전략적 투자자에게서 이 같은 현금을 확보했다.

지난해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 노출된 라인웹툰의 광고판. 라인웹툰은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웹툰이 미국에서 제공하는 웹툰 사이트의 명칭이다.

라인의 대만 현지 법인인 라인파이낸셜타이완은 지난달 21일 타이베이 후방상업은행, 중신은행(CTBC), 타이완 스탠다드차타드은행, 타이완 유니언은행과 인터넷 은행 진출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어 일주일 뒤 라인은 일본에서 금융 그룹 미즈호파이낸셜그룹과 업무 제휴를 맺고 인터넷 은행 라인뱅크를 합작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달 12일에는 라인파이낸셜(라인의 자회사)이 태국 카시콘은행과 합작해 인터넷 은행 카시콘라인을 내년 하반기에 선보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금융 전략의 핵심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이다. 우리나라 카카오톡과 같은 서비스인 라인은 현재 월간 이용자가 1억6500만명에 달하며 이 중 일본이 7600만명, 태국이 4400만명이다.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의 라인 앱(응용 프로그램)에서 간편 결제나 송금, 증권 서비스를 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다.

가상 화폐 사업의 글로벌 거점은 싱가포르와 홍콩에 두고 있다. 지난 7월 싱가포르에 가상 화폐 거래소 비트박스를 설립한 데 이어 홍콩에서 가상 화폐와 블록체인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인 언블락 벤처스를 설립했다.

자율주행차·로봇과 같은 기술전 세계 테크놀로지 혁신 경쟁에도 뛰어들어

웹툰·동영상·소셜미디어와 같은 신규 서비스도 미국·일본·베트남 등에서 글로벌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웹툰은 이미 전 세계 이용자 5000만명을 넘어서며 세계 1위 자리를 예약한 상태다. 웹툰은 온라인 전용으로 그려진 만화를 의미하며, 미국 등 해외에서는 유사한 장르가 없는 미개척 분야다. 네이버는 자회사 네이버웹툰에 2100억원을 출자해 미국·일본·홍콩 웹툰 시장 개척에 나선 상태다. 일본에서는 라인망가라는 브랜드로 온라인 만화 시장 1위 자리를 꿰찼다. 라인망가는 웹툰과 함께 출판 만화를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겨놓은 콘텐츠도 함께 서비스하고 있다.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네이버의 소셜미디어인 밴드는 미국 10대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다. 미국 10·20대들이 페이스북 탈피 현상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100만명 정도가 밴드 이용자로 유입된 것이다. 동영상 서비스인 브이라이브도 지난달 베트남에서 월 이용자 수 650만명을 돌파했다.

자율주행차·로봇 등 세계 기술 혁신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미국의 통신칩 업체 퀄컴테크놀로지와 지난달 로봇, 자율주행 기술 개발 협약을 맺은 데 이어 내년 초에는 두 회사가 함께 개발한 기술을 IT 전시회 'CES 2019'에서 공개할 계획이다. 올 8월에는 프랑스 법인에 2589억원을 투입해 유럽 현지 스타트업 인수에도 나서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참신한 아이디어나 서비스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인공지능이나 자율주행 분야 등 핵심 기술 혁신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