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이 싱가포르에서 총 8500억원어치의 도심 지하 고속도로 프로젝트를 연이어 수주했다. 금액이 큰 데다 난공사가 예상되는 구간이라 의미가 상당하다는 평가다.

쌍용건설은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이 발주한 남북고속도로(North-South Corridor) N102·111 공구를 8500억원(7억5000만달러)에 수주했다고 26일 밝혔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오후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에서 이종현 쌍용건설 상무(오른쪽 다섯번째)가 니옌 훈 삥(Ngien Hoon Ping)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장으로부터 남북고속도로 N102·111 공구 설계·시공 공사 낙찰통지서(LOA)를 전달받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지난 9월 말레이시아와 두바이에서 초고층 복합건물과 호텔 프로젝트를 총 4200억원(3억8000만달러)에 수주한 이후 3개월 만의 추가 수주다. 올해 쌍용건설의 누적 해외수주 금액은 약 1조7000억원(15억달러)에 달한다.

남북고속도로는 싱가포르 남부 마리나베이에서 최북단인 우드랜드 지역을 연결하는 총 21.5㎞의 도로다. N102 공구는 총 1.55㎞의 왕복 6차선 터널을 건립하는 것이다. 이 구간은 특히 지상 도로와 지하를 관통하는 도심지하철 2개 노선(DTL, NEL) 사이에 건설되며 NEL노선과는 불과 1m 위에 들어선다는 점에서 최고 난도 구간으로 꼽힌다. 현지업체인 와이퐁(Wai Fong)과 조인트벤처(JV)를 구성해 수주했으며 쌍용건설은 주간사로서 85%의 지분(3500억원·3억달러)을 보유했다.

N111 공구의 경우 길이 2.75㎞의 왕복 6차선 터널 및 고가도로를 짓는 내용이다. 4500억원(4억달러) 규모로 쌍용건설이 단독으로 수주했다. 두 공구 모두 공사기간은 96개월이며 이달 중 착공해 오는 2026년 11월 준공될 예정이다.

싱가포르 남부고속도로 노선도.

쌍용건설은 최저가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시공사의 시공 능력, 기술력, 안전관리 능력, 경영평가 등 비가격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수주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쌍용건설이 지금까지 싱가포르 현지에서 보여준 시공능력과 기술력에 대한 발주처의 확고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이 회사는 2016년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이 시공사 단 한 곳에 수여하는 LTA 시공대상(LTEA)을 국내 건설업체 중 처음으로 받고, 같은 해 싱가포르 최고 난이도 지하철 공사로 평가받는 도심지하철(DTL) 921공구에서 세계 최초로 1700만인시(人時) 무재해를 달성했다. 앞서 2013년에는 LTA 안전챔피언(ASAC Champion)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종현 쌍용건설 해외 토목 담당 상무는 "까다로운 싱가포르 정부 발주처를 상대로 진행한 기존 프로젝트에서 보여 준 고품질 시공능력과 신뢰가 있었기에 수주할 수 있었다"면서 "이번 수주를 통해 2008년 이후 싱가포르 토목 부문에서만 21억5000만달러를 수주하는 성과를 달성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