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쳐 매월 90만~100만원 정도의 노후소득을 보장하고 국가지급보장을 명문화하는 내용의 국민연금제도 개편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보건복지부가 열흘 전 언론브리핑을 통해 사전 공개했던 내용이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앞으로 국회는 이 정부안을 토대로 국민연금법 개정을 위한 논의를 이어간다. 하지만 국회 진통이 이미 시작되고 있어 실제 법 개정 성사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조선DB

◇ 정부안 그대로 국무회의서 의결

정부는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국무회의에서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정부의 연금개혁 방안은 총 네 가지다. 1안은 ‘현행 유지’다.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2028년 기준·현재는 45%)인 현행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초연금을 2021년 30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기초연금은 최대 25만원이 지급된다. 1안대로라면 월평균 250만원을 벌면서 국민연금에 25년간 가입한 사람의 실질급여액은 86만7000원이 된다.

2안은 ‘기초연금 강화’ 방안이다. 이 안은 1안처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은 현행대로 두되 기초연금을 2021년 30만원, 2022년 40만원으로 인상한다는 내용이다. 2안이 낙점될 경우 위 사람(250만원 소득·25년 가입)이 받는 실질급여액은 101만7000원이 된다.

3안과 4안은 ‘노후소득보장 강화’ 방안이다. 이중 3안은 소득대체율을 2021년 45%로 올리고, 이때부터 2031년까지 보험료율을 5년마다 1%포인트씩 인상(9→12%)하는 방안이다. 기초연금은 30만원을 준다. 3안이 적용된 실질급여액은 91만9000원이다. 4안은 소득대체율을 2021년 50%로 올리고, 보험료율은 2036년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해 13%에 맞춘다는 아이디어다. 기초연금은 3안과 동일하게 30만원을 지급한다. 실질급여액은 97만1000원이 된다.

정부는 국민연금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지급보장 명문화’도 이번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 담았다. 기금 고갈에 대한 가입자들의 불안을 정부가 직접 해소해주겠다는 것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 14일 브리핑 당시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1.7%가 국가지급보장 명문화에 찬성했다"고 설명했다.

또 복지부는 보험료 납부가 어려운 지역가입자(납부예외자)에게 보험료의 50%를 지원해주는 사업을 신설하고, 배우자 사망시 30%만 지급하던 유족연금 중복지급률도 앞으로는 40%까지 인상하겠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승인을 받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국회에 바로 제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DB

◇ 갈등 이미 시작…법개정 회의적

정부가 국회로 공을 넘겼지만, 실제 국민연금제도 개편이 이뤄지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게 연금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연금개혁이라는 행위 자체가 보험료 가입자와 연금 수급자 사이의 극명한 입장차를 전제로 시작하는 일이다보니 큰 진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회 논의가 장기화될수록 제도 개선에 대한 추진 동력도 힘을 잃게 된다.

복지부도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 박능후 장관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연금개혁특위 등의 사회적 합의도 감안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국민연금법이 개정돼야 제도 개선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들간 의견 충돌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유재중 의원(자유한국당)은 "정부안 가운데 2안(현행 제도+기초연금 40만원)을 채택할 경우 2040년에는 기초연금에만 올해(9조1000억원)의 약 10배에 달하는 100조원을 써야한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정부가 국민연금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기초연금 지급에 필요한 재정 규모를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며 "우리 국가 재정으로 기초연금 40만원 지급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엄청난 재정 부담은 숨기고 혜택만 주는 것처럼 국민을 호도한다"고 덧붙였다.

연금 전문가인 한 대학 교수는 "여당이 정부안을 지지하면 야당이 반발하는 식의 공방이 지루하게 이어지다가 총선과 같은 대형 이벤트 시즌이 다가오면 자연스레 (국민연금 개편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정부가 ‘사회적 합의’라는 그럴 듯한 표현을 썼지만 사실은 적극적으로 총대를 메기 싫은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