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1일 신한은행장을 포함해 자회사 CEO(최고경영자)들을 대거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날 서울 세종대로 본사에서 임시 이사회 및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고 신한은행장에 진옥동 신한금융 부사장을 내정하는 등 13개 자회사 중 신한카드를 제외한 주요 7개 자회사 CEO를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예정보다 2개월가량 앞당긴 전격적이고 이례적인 인사다. 조 회장은 '불안한 동거'를 한다는 세간의 평가가 있었던 위성호 신한은행장을 임기보다 2개월이나 앞서 교체를 결정했다. 위 행장은 조 회장이 내정(2017년 1월)된 후인 2017년 2월 행장으로 선임됐으나, 당시 조 회장이 내정자 신분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한동우 전 회장이 행장 인사를 했다는 해석도 있었다. 조 회장이 선임될 당시 위성호 행장도 회장 후보 하마평에 올랐기 때문에 조 회장과 위 행장이 서열 1·2위를 맡는 불편한 구도가 구축됐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이날 인사를 두고 부정 채용 의혹으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조 회장이 국면 전환의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한금융 계열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부정 채용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 회장이 '그래도 칼자루는 내가 쥐고 있다'는 점을 조직 전체에 확실히 각인시키기 위해 인사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이날 인사의 배경을 두고 "자회사 CEO를 50대 위주로 구성하고 강한 추진력을 갖춘 인재를 발탁하기 위한 것이다. 다른 금융그룹 CEO 인사가 통상 연말에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인사 시점을 앞당겼다"고 설명하고 있다. 전격적인 인사 배경에 대한 설명으로 '세대교체론'을 내세운 셈이다. 실제로 이번 인사로 신한생명 사장에 선임된 외부 출신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을 제외하면 계열사 CEO를 모두 50대로 채우게 됐다. 신한은행장을 포함해 새로 내정된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CEO들은 내년 3월 주주총회 승인을 거친 뒤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진옥동 신한은행장 내정자는 일본 오사카 지점장, SBJ은행(신한의 일본 현지 법인 은행) 법인장 등을 거치며 10여 년 동안 일본 근무를 해온 대표적인 일본통이다. 재일교포 주주들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는 인물이라고 알려졌다. 덕수상고 출신으로 라응찬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으로 연결되는 신한의 '상고 신화'를 이어가게 됐다. 진 내정자는 중앙대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2016년 상무급인 일본 법인장에서 은행 부행장으로 깜짝 승진했고 지난해 3월부터 신한금융지주 브랜드전략팀 부사장으로 일해 왔다.

신한금융투자 김병철 사장 후보는 외부 출신이다. 동양증권 IB본부장, FI CC(외환·채권 운용)본부장을 거쳐 2012년 신한금융투자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조용병 회장이 주도해서 지난 9월 인수한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의 정문국 사장 역시 외부 출신으로 신한생명 사장에 발탁됐다. AIG생명 상무, 알리안츠생명·ING생명 사장 등을 거친 정통 '보험맨'이다. 신한BNPP자산운용 사장엔 신한은행 WM(고객 자산관리)을 이끌던 이창구 부행장, 신한캐피탈 사장엔 허영택 부행장(글로벌 부문)이 선임됐다. 신한아이타스와 신한신용정보 사장엔 최병화 기업 담당 부행장, 이기준 여신 담당 부행장 등 신한은행 부행장이 각각 선임됐다.

이날 대대적인 인사를 통해 신한금융그룹은 채용 비리 수사 등으로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KB금융에 내준 '1등 금융그룹' 자리를 되찾기 위해 심기일전하겠다는 계획이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조기 교체된 배경엔 국민은행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준 책임이 포함됐다는 해석도 있다. 최근 법무부 산하 과거사위원회가 2008년 이상득 전 의원에게 신한은행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 축하금 조로 3억원을 건넸다는 이른바 '남산 비자금 3억원' 의혹과 관련, 위성호 행장(당시 신한지주 부사장)이 검찰 수사 대상이 된 점이 '전격 교체'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있다.